비가 내린후의 4월 하늘은 유난히 맑다. 아침부터 학교는 축제 분위기, 학생들 모두 들뜬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제39회 과학의 날 행사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각자 참여할 종목의 준비물을 가지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통 때와는 다르게 보인다. 활기찬 모습이다.
오후 2시, 오전의 행사를 마치고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 모형비행기와 물로켓 발사대회가 시작되었다. 그중에서 물로켓은 발사대를 두군데에 설치하여 우선 시범발사를 한 후 학생들의 발사대회로 이어졌다. 70m 전방에 표적을 그려놓고 그곳에 정확히 물로켓을 착륙시키는 경기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왼쪽 발사대에서 갑자기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로켓이 잘 발사되지 않았다. 무슨 영문인지 점검을 하다보니, 로켓몸체가 기밀유지가 되지 않아 공기가 빠지고 있었다. 테이프를 이용하여 공기유출이 되지 않도록 한 후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아래 쪽에서 물이 새면서 압축이 잘 되지 않았다. 다시 발사대에서 로켓이 분리되었다.
다음 학생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는 공기를 압축하는 도중에 갑자기 로켓이 발사되어 버렸다. 아무런 방비없이 옆에 있다가 물벼락을 맞았다. 스탠드의 학생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그때 기밀유지 실패로 발사하지 못했던 학생이 다시 로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잘되겠지? 라고 말하면서 발사대에 장착을 도와 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 어떻게 로켓을 만들었기에 이렇게 공기가 자꾸 빠지나 했지만 그 학생은 다시 로켓을 들고 이야기 한다. '선생님, 한번만 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두번의 기회를 모두 상실했으니, 더 이상 기회를 주기 어렵다. 형평에 어긋난다.' 이런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패를 배우는 것도 큰 교육입니다.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일어서도록 유도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시는 것이 어떨지요?' 뒤를 돌아보니 교장선생님이 미소를 짓고 서 계셨다.
'아까부터 보고 계셨군요.'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석 보니까 의욕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번 더 기회를 주면 꼭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기회를 부여했다. 이번에는 대성공, 비록 표적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만족해하는 그 학생의 모습은 무엇으로도 다 형용할 수 없다.
역시 교장선생님은 보는 눈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원리원칙만을 고수하는 것과 다소 융통성을 발휘하여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성취감을 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생각해 보았다. 정답은 명확하다. 최소한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에서만은 융통성이 필요하다. 학교가 아닌 일반기관에서는 어림없는 일이긴 하겠지만 학교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