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교육 여건이 열악하지만 발전 의욕이 높은 학교를 선정하여 시교육청의 집중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좋은 학교만들기 자원학교'의 선정작업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교육격차 해소방안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5월 중순경이면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 중, 고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원 선호도와 학업 성취 수준이 낮은 서울시내 학교 가운데 발전 의욕이 높은 공사립 초중고 120개 교를 선정해 행정, 재정적으로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에는 대학생 멘토링,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며 근무 교원에 대해서도 표창, 가산점부여, 특별연수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교육환경 개선 사업과 방과후 교실운영 지원 등에서도 이들 학교가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예산을 학교기본운영비의 50%를 확대 지원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주게 된다. 그밖에 교원 전보 유예율의 확대, 초빙교장제, 초빙교사제에서도 우선권을 부여하게 된다. 현재 1차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차 선정작업이 완료되면 1차로 선정된 학교를 대상으로 2차 선정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면서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좋은 학교를 만들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일정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열악하다는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의문시된다. 실제로 학교시설은 우수하지만 주변환경이 다른곳에 비해 열악한 학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예산부족으로 기본적인 사업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명목으로 일부학교에만 집중투자한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좋은학교 만들기에 자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예산지원에 있다고 본다. 현실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식으로라도 예산지원을 받기 위함이다.
항상 예산부족으로 허덕이는 학교현실에서 일부학교만 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질적인 개선보다는 양적인 개선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략 한개 학교에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면 1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교육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선정되지 못한 학교와 더 많은 교육격차를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무슨 철인도 아니고 그 많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소화하라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방과후 학교 활동을 할 경우 외부의 강사(일반학원강사)도 초빙이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교사들과 이들 강사들과의 관계설정이 불명확해 질 것이다. 실제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 해당학교 교사와 방과후 학교 강사와의 비교때문에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방과후 학교운영을 교사들이 직접하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교사들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또다시 수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편, 자원학교의 교사들에게 시범학교 운영에 버금가는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는데, 자원하는 학교가 120개나 된다. 이들 학교 교원의 많은 수가 가산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1년이 아닌 3년씩이나 받게 되는 것이다. 가산점을 이런식으로 부여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그 학교에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지정당시에 그 학교에 적을 둔 교사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유예율을 높이면 그만큼 그학교로 이동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동안 추진해오던 정책들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기 때문에 익지로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방과후 학교나 기초학습부진학생 교육등을 활성화 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자원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생길 것이다. 즉 자원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교사들은 능력있고 훌륭한 교사로 비춰질 것이고, 나머지 학교의 교사들은 능력이 떨어지고 훌륭하지 못한 교사가 될 것이다. 나머지 학교의 교장들의 학교운영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모든 관심이 자원학교로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학교에서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실시해도 관심밖이 될 것이다.
이런식으로 교육격차해소 운운하지 말고 학교의 실제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에따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얇팍하게 예산이나 지원해 주고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식으로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운영은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학교들의 예산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와 선정되지 않은 학교의 발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