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해서 앞자리 선생님의 책상에 작은 꽃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었다. 무슨 꽃일까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고 보니 그 자리 선생님의 책상에도 장미가 한송이 놓여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스승의 날 휴업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미리 꽃을 가져다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해당 선생님들이 출근을 했다. 역시 '무슨 꽃이지'라고 의아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마 스승의 날에 휴업을 하기 때문에 미리 가져다 놓은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 그렇군요'라고 그 선생님이 대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것이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구나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스승의날에 아이들에게 꽃 한송이 받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워 졌다. 다른 날도 아니고 스승의 날에 꽃 한송이 받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이 어디 그 선생님뿐이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의 현실에서 교사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의 생각일 것이다.
최소한의 사제간의 정마저도 사라지는 분위기가 아쉽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최소한 선생님을 공경하는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아이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순수' 그 자체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휴무하기로 했을까. 스승의날을 전·후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교사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작은 문제도 크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스승의 날에 휴무한다고 하니, 그것이 옳지 않다고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비난을 하는 집단들이 결국은 스승의 날을 휴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 들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교육계의 현실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고, 가급적 좋은 부분을 찾아 달라는 것이다. 자꾸 나쁜 부분만을 찾다 보니, 교육종사자들 모두가 나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교사들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가르칠 것이다.
흐린 날씨 속에서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인지 오늘아침은 왠지 마음이 무겁다. 이런 마음이 언제나 가볍게 변화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