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등학교 한 여선생님이 급식지도를 잘못한 죄로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빈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이런 저런 사유로 그 교사는 대한민국 교사의 현 주소를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득 우리 아이들도 그것을 보았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 우리 아이들을 똑바로 보기가 힘들었다.
요즈음 교사가 최고 인기 직종이라고들 난리다. 특히 대학만 입학하면 무조건 교사가 되는 교대의 경우 그 점수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심지어 일류대를 그만두고 교대에 편입하는 경우도 종종 신문지상이나 방송 등에서 접하게 된다.
‘새삼 교사라는 자리가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론 언젠가 또 갑작스럽게 천대받을 수 있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내심 두려워지기도 한다.
선생님! 정말 하시기 힘드시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큰 일 입니다. 어떻게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학교의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교사를 몰아붙이다니….” “이놈아, 엉뚱한 소리 말고 공부나 신경 써라!” “선생님, 그래도 저도 세상 보는 눈이 있는데….” “그런 세상 보는 눈으로 책을 더 뚫어지게 열심히 봐라.”
그 아이는 곧잘 엉뚱한 소리로 교사인 나를 한편으로 즐겁게 하지만, 또 한편으론 곧잘 나의 마음을 훤히 내다보듯이 아픈 곳을 찌르기도 하는 아이였다.
“그래 넌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선생님 제 꿈이 뭡니까?” “아마,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했지 싶은데.” “맞습니다. 근데 며칠 전 그 사건을 보고 갑자기 제가 기존에 생각해 왔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어져 버렸습니다.” “이놈아, 환상은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니니!” “아이, 선생님도 제 말의 맥락을 좀 이해하시면서 들으세요, 맨 날 국어 시간에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다면서….” “알았다! 내가 오늘 너에게 한 수 배워야겠구나.”
그 아이는 딴에 흥분해서 그 사건의 대해 나름의 견해를 늘어놓는 것이었다. 물론 교사인 나의 면전에서 교사를 비판하기 보다는 열악한 학교의 현실과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학부모를 나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내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심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교사가 꿈인 그 아이가 교사에 대해 그릴 심각한 왜곡상이 자못 걱정되기도 했다. 물론 현실을 나름대로 비판하면서 스스로의 시각을 형성해 가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다.
교사가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각오가 되어야 한다고!
교사가 무릎을 꿇어 학부모에게 사죄했다는 점을 두고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하도 교사 죽이기에 혈안이 된 언론과 학부모 단체에 질리기라도 한 듯 그저 입을 다문 채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주 불거지고 있는 일부의 극단적이고 다소 과장되어 알려지는 일들을 두고 교사들을 자꾸만 난도질 하는 것에는 일부 선생님들은 참을성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선생님들 내부에서 좀더 반성하고 자성하는 계기를 삼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예전에는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비꼬듯이 말하드니, 어느새 세상이 바뀌어 무슨 교사가 대단한 권력이라도 지닌 존재처럼 심심하면 무슨 큰 범죄를 일삼는 존재냥 오르락 내리락 하니….” “그저 아이들과 사심없이 몇 십년을 지낸 온 이 땅의 대부분의 교사들을 제쳐두고 그저 몇몇 극소수의 잘못된 행위만을 문제삼는 것이 과연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우리 교사들도 변해야 하지 않겠어. 잘못하면 무릎을 꿇는 그 이상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세상이 그걸 원하니 우리라고 버텨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좀 심했다고 봐요. 한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수많은 아이들도 소중한 법인데. 집단 생활에는 규칙과 규율이라는 것이 엄연히 있는데, 그것 마저도 무조건 인권이라는 잣대로 눌러 버린다면 과연 이 사회가 제대로 존속할 수 있겠어요. 물론 그 여선생님의 행위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학교 현장의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많은 학부모와 언론들이 자꾸만 교사들을 왜곡된 형상으로 몰아 붙이는 것이 정작 문제죠.”
이 시대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나름의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나름의 교육관에 깔려 있는 기본 토대는 아마도 우리 아이들을 위함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분명 아닐 것이다.
제 자식이 소중하듯 선생님들 역시 자기가 맡은 아이들이 자식 이상 소중하게 여겨진다. 혹시라도 학교안에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맞기라도 하면 그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대다수의 우리 선생님들이다.
문득 그 젊은 여선생님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자꾸만 괴로워진다.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교사가 꿈이라도 하는 마당에 과연 작금의 그런 모습에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 갈 교사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이다. 이 주체들이 서로 마음을 맞추어 가야만 진정 교육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불신의 벽을 쌓고 자꾸만 서로에게 거리를 둔다면 이는 자칫 우리 교육 전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무릎을 꿇고 막말을 해대는 그런 모습이 다시는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은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교사도 학부모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