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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매점, 이렇게 해보면 어떨가요?


중·고등학교 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을 한 가씩만 들라면 매점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10분간의 짧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매점으로 달려가 땅콩샌드위치를 사먹던 추억하며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던 좁은 매장에서 까치발을 서며 어렵게 빵 한 개를 샀던 학창 시절의 경험은 졸업하고도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된다.

이처럼 불편했던 것들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추억이 되지만 리포터 또한 당시엔 매점에 대한 불만이 무척 많았다.

지금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매점이란 것이 있다. 본관 건물 뒤편에 낡고 초라한 2층 짜리 건물이 바로 학교 매점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혹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생들로 붐비는 곳이 바로 우리 학교의 매점이다. 그런데 그 매점이 3월 달부터 문을 닫았다. 학생들이 저지른 불미스런 사건 때문이다. 학생들의 치기 어린 장난이거나 매점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생들의 소행쯤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개운치 않은 면이 있어 보여 이번에 매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취재해 보았다.

우선 학생들의 매점에 대한 호감도를 알아보았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점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쾌적하지 못한 환경과 낡은 시설이었다. 다 벗겨진 페인트와 오래된 식탁과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나는 벽면 등은 리포터가 보아도 학생들의 불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다음이 협소한 공간 때문에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새치기하는 사람과 이런 혼란을 틈타 물건을 슬쩍하는 학생들까지 뒤엉켜 쉬는 시간만 되면 매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순간에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해야하는 매점 주인의 입장에선 불친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세 번째로 많은 불만이 다양한 식품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매점에 있는 물건이 대부분 라면과 빵, 과자, 우유, 아이스바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아이들의 다양한 식욕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자장면을 비롯해 짬뽕, 비빔국수, 냉면, 볶음밥, 돈까스(포크커틀릿) 등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을 요구하고 있었다. 공부하느라 바쁜 학교 생활에서 유일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매점이라고 볼 때 아이들의 요구는 일면 타당해 보였다.

이런 아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선 가장 시급한 것이 학생들을 상대로 구매물품을 설문조사하고 학생들의 요구대로 물건을 구비하는 일인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 선행되어야할 것이 바로 매점의 증축과 확장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학교의 예산과 관련된 문제라 해결이 쉽지가 않다.

반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지불한 대가만큼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지불한 물건값에는 서비스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학교 밖의 슈퍼나 편의점에서 똑같은 값을 주고 똑같은 물건을 사면 예쁜 아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응대해 주는데 매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의문을 품는 것이 매점에 대한 수익이었다. 매점은 거의 독과점인 데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며 물건을 사기 때문에 수익이 엄청날 것이란 주장이다. 그 방대한 수입을 도대체 어디에다 쓰기에 매점의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지 않느냐는 의문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의문점을 속 시원히 물어볼 곳이 없기 때문에 불만은 불만대로 쌓이고 아이들 사이에서 허황한 소문이 나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비 학생회장들이 출마만 하면 반드시 들고 나오는 것이 매점에 대한 개선 공약이다.

그래서 리포터는 이번 기회에 매점의 운영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 학교매점의 운영방식에는 대충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학교 행정실에서 직영하는 방식과 또 한 가지는 학교에서 업자를 선정하여 위탁 경영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학교 장학금이나 학생회비로 내놓게 되어있었다. 직영이든 위탁경영이든 수익금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쓰여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학생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불평불만이 고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매점의 수익금이, 일부 학생들만 혜택을 보는 장학금이나 학생회비로 쓰일 것이 아니라 매점을 이용하는 모든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의 확장이나 서비스 제공에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시설 개선에 쓰이지 않고 다른 곳에 쓰일 때에는 반드시 학생들의 오해가 없도록 투명하게 그 사용 내역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어쨌든 매점의 고객이고 고객은 서비스업에선 왕처럼 대접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사회 생활을 훈련하고 준비하는 곳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에서부터 자기의 의무와 권리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도 학과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이 글이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교 매점의 환경 개선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발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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