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여 책상 위를 걸레질한 다음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보니 전 날 내린 봄비에 하늘의 먼지가 모두 씻겨 내린 듯 청명한 교정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습니다.
3층 본관 건물 옥상위로 빠끔하게 보이는 하늘이 방금 세수를 한 것처럼 싱싱하기만 합니다. 주차장을 가로지는 푸른 잔디밭에는 노란 민들레가 키재기를 하고 창문 옆 벚나무에선 어느새 버찌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네요. 계절은 바야흐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중일 겝니다.
양지 녘의 화초와 정원수들이 푸른 잎들을 휘날리는 가운데 교정 한 귀퉁이 음지에서도 한 옴큼의 새싹들이 부지런히 세상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로 우리 학교의 명물 맥문동(麥門冬)이랍니다.
겨우내 파리한 이파리를 한 채 음지에서 온몸을 떨던 맥문동이 이 찬란한 오월에 다시 새 생명을 움터낸 것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한여름이 되면 진한 보라색 꽃을 피워 다시 한번 교정을 축제의 향연으로 만들 것이다.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거쳐 찬란한 꽃을 피워내는 인동초 맥문동처럼 우리 선생님들도 그 어떠한 시련이 닥쳐와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사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맥문동을 소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