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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우리 교육 현실에서 교사가 차지하는 자리

교원의 지위는 법에서 특정직 공무원으로 정하고 있다. 법관, 경찰, 군인 등과 같이 그 지위가 자리매김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꼼꼼하게 따져 보면 교사는 다른 특정직 공무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법적 지위에 있다.

예를 들어 타 특정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정책결정이나 중요한 나라의 사항들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그에 비해 교사는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 그리고 입학 전형 등 중요 정책 결정에 거의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누군가 '교사는 교장이나 장학관이 되면 될 것 아닌가'하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 교장이나 장학관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관리나 교사들의 신상이나 인사를 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나라의 중요한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과 실적을 쌓다 보면 분명 그 분야 최고의 자리에서 정책 결정이나 집단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권력이나 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조직이나 집단을 이끄는 사람은 분명 그 조직이나 집단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교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은 어디인가? 그곳은 다름 아닌 교육부다.

교육부에는 교사가 있는가? 몇 년 전에 "붕어빵에는 붕어가 있는가?"라는 말장난 아닌 말장난이 유행한 적이 있다. 붕어가 없기 때문에 붕어빵이 되는 있는 묘한 역설이 이 말에는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는 교사가 있는가?'의 경우는 위의 유행어와는 다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어야 원가도 적고 빨리 구워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는 교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교육의 주체는 다름 아닌 교사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는 아직까지도 관료라는 집단이 사회 곳곳을 좌우하고 있다. 고시라는 세계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제도로 경험면에서 일천한 사람들을 일순간에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 앉혀 놓는다.

그러나 교직 사회를 이끄는 교육부는 일부 몇 과목으로 그 신분을 결정할 수 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교육부는 여타 경제나 행정 부서와 달리 교직이라는 특수한 사회를 분명히 이해하고 그곳의 주체인 교사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재의 교육부는 그럴까? 물론 연구직이나 장학직에 교사가 있지만 그들은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즈음 교육은 개혁의 대상으로 도마에 올라 있다. 교사를 평가 대상으로 삼고 평가해야 하는 쪽으로 가닥잡고 있다. 교사 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들은 국민의 올바른 심판과 질책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올바르게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특정직 공무원 중에서 유독 교사만이 그 평가 대상에 있다는 것은 다분히 교사가 가지는 전문성이나 권위가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교사는 자라나는 이들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을 가지고 평생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시대는 교사를 그렇게 놓아 두지 않는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미국의 신실용주의 잣대를 아무렇게나 적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전 시행한 수행평가, 열린교육 등의 정책들은 현재 교육현장에서 어떤 모습일까? 섣부른 정책 오류로 교육현장의 선생님과 학생들만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아 지금은 실패한 정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교육부에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특히 거시적인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부서에는 분명히 일선 현장에서 경험 있는 유능한 선생님들을 채용해야 한다.

우리 교육부의 정책 결정 자리는 거의가 고시 출신 관리들이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우리 교육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과 매일 부딪치며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몸소 경험하는 선생님일 것이다.

한해 10여 명 정도 행정고시 합격자를 교육부에서 채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전부는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반만이라도 일선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을 채용하는 정책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권력에, 돈에 욕심이 있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우리 교육 현실,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아는 선생님들이야말로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결정할 수 있는 이들 아닌가?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이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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