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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이거 사용할 줄 아세요!"

요즈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소지품 중의 하나가 휴대폰이다. 또한 아이들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이 물건이 그들에게 어느정도의 의미를 지니는지 얼마 전 우리학교의 한 학생이 한 말 속에서 새삼 되새기게 된다.

“급식비는 못 내도 휴대폰 비는 내야 합니다.”

휴대폰 통화료가 엄청나게 나오는 바람에 급식비를 못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건만 그 학생은 너무도 당당하게 휴대폰 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그 아이에게 휴대폰 사용이 그토록 절실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밥값도 내지 못하는 형편에 한 달에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 십만원의 휴대폰 사용료를 내는 아이의 생각의 틀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휴대폰을 통화 수단으로서만 사용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휴대폰의 사용은 우리 아이들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까지도 바꾸어 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끊임없이 암호와도 같은 문자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는다. 메시지를 보내는 손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빨리 손을 놀려야 하는 건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며칠 전 우리 반 한 여학생이 최신 휴대폰을 구입해 아침부터 반 전체가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다. 나도 자못 궁금해서 그런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묵인한 채 휴대폰을 구경했다.

그런데 대뜸 그 아이가 "선생님, 이거 사용할 줄 아세요?"라는 말을 던졌다. 그 말에 아이들의 웃음보가 터졌고, 필자는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야, 이놈들아 샘도 너희들 보다 잘 했으면 잘 했지 못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말을 하고는 교실 밖으로 부리나케 나오고 말았다. 선뜻 휴대폰을 가지고 이리저리 사용해 보기가 겁이 났던 것이었다.

갈수록 그 기능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휴대폰 구입에 우리 아이들은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한 아이가 최신 휴대폰을 구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당수의 아이들이 새로운 모델의 휴대폰으로 무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값비싼 휴대폰의 구입에만 있지 않다. 수업 시간이나 여타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어떤 선생님은 학교에서 휴대폰을 본 즉시 압수해 일 주일이나 이 주일 후 돌려주는 벌칙을 정해 놓고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며칠 전 한 여학생의 말대로 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어떤 기능이 있으며,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에 때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답답하고 속상하다. 물론 관심 영역 밖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시험에 최신 휴대폰을 이용해 '커닝'을 한 사건이 대대적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그런 휴대폰으로 시험에서 커닝을 한 이들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휴대폰으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시험 당국이나 해당 시험 감독관들의 인식에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교사와 학생의 간격과 차이가 날 수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일어난 수능시험 커닝 사건과 자꾸만 연결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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