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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방학, 정신도 건강도 중요한 시기

“선생님, 몸이 좋지 않아 하루 더 쉬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언제부터 수신되었는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부저 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확인 결과 아프다는 이유로 며칠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한 아이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였다.

그리고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막 나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걸러온 전화라면 수화기를 건넸다. 방학 보충수업 기간 중 아침에 걸러 온 대부분의 전화는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리고 전화 내용은 아파서 학교에 못나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면 사정이 있어 학교에 늦게 나온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내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자 한 중년쯤 되는 한 여자 목소리가 들러 나왔다.

“여보세요? 2학년 O반 담임선생님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저는 OOO학생 어머니입니다. 아이가 아파서 오늘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습니다. “
“네, OO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전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어제 수업시간에도 아프다며 책상에 누워있었다. 집에 가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수업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나는 그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그 아이는 오후 3시까지의 본 수업을 다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학생들에게 있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은 방학만큼 좋은 때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일까? 방학 보충 기간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결석도 없이 매시간 마다 최선을 다한다. 보충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학습 자세 또한 여느 때보다 진지한 것도 사실이다.

방학이라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결석 처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결석으로 인해 수업 결손이 생기면 그 손해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 스스로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몸이 불편해도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한편으로 공부에 대한 너무 지나친 강박관념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교무실로 돌아오자 아파서 오늘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고 아침에 전화를 한 어머니와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듯 어머니의 손에는 약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니? 몸은 괜찮니? 아픈데 집에서 쉬지 않고?”
“괜찮은 걸요. 수업에 빠지면 안 되잖아요.”

말을 하는 그 아이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으나 그 아이는 애써 태연한 척 하였다. 옆에 서있던 어머니는 아이의 그런 모습이 안쓰러운 듯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집에서 푹 쉬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학교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아이를 설득하여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 아이는 교무실을 나가며 불안한 듯 계속해서 뒤돌아보며 나를 쳐다보았다. 양어깨가 축 처져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헤어지면서 나에게 한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면서까지 수업 불참에 대해 신경이 쓰였는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진도(進度) 많이 나가면 안 돼요.”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와 수업 결손이 걱정이 된다며 아픈 몸으로 학교에 나온 두 아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자신의 건강보다 공부를 더 중요시 여기는 이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어야 할지 아니면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에게 벌을 주어야 할지 갈등이 생겼다.

무엇보다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에게는 “마음이 병들면 육체까지 병든다.” 라는 말을 그리고, 아픈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온 아이에게는 “육체가 병들면 마음까지 병든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음과 육체 모두가 건강하면 이 세상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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