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白頭山)하면 두말할 것도 없이, 누가 뭐래도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어렸을 때에는 그 높이가 2,744m라고 달달 외웠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접경의 이 산을 중국은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부르면서 ‘중국 것’이라고 해왔다.
보훈교육연구원 주관으로 국외독립운동 사적지 1차 탐방단(2006.7.30-8.4. 러시아와 중국 일대)으로 난생 처음 중국을 통해 백두산과 천지를 다녀왔다. 10여일이 지난 지금도 짙은 안개와 거센 바람 속에서 호수 보여주기를 끝까지 거부하더니 탐방단의 40여 분 동안의 간절한 염원이 통하였던지, 애국가 합창이 영산에 전달이 되었는지 천지를 잠깐 본 그 감격의 순간이 그대로 살아 남아있다.
중국의 ‘칭바이산 띄우기’가 재개된 지는 벌써 오래되었다. 198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고, 1986년에는 ‘국가 자연보호구’로 지정했다. 지난해에는 산 관할권을 옌벤(延邊)자치구에서 지린성(吉林省) 직속으로 바꾸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한다는 목표로 내년에 신청서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창바이산 공항’을 이미 착공했고, 산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3개를 올해 착공할 예정이라고 하며 곧 순환도로도 낼 것이라고 한다.
그 곳에서 16년간 가이드 생활을 한 함경도가 고향인 교포 3세 이강(李剛.남.40)씨는 말한다. “중국은 올해 백두산 관광객 인원을 100만 명으로 잡고 있는데 90%가 중국인이고 나머지 10%가 한국인 등 외국인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관광객의 95%가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토목공사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지금 저것은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백두산 천지를 6만㎢의 밀림을 뚫고 철도로 연결시키려는 것이다.
중국에서 행하는 일련의 작업이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이어져 있다고 한다. ‘창바이산’을 티베트, 대만의 명산 등과 더불어 ‘중화 10대 명산’으로 지정한 데서도 그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국가 전략적 관심 지역의 산을 명산에 당당히 포함시킨 것은 중국의 주권 영역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통일 한국 이후의 고구려 발해 역사에 관한 논란을 선제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관광 산업의 발전도 무시 못 할 정도이다. 창바이산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과 버스 승차권을 팔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최신식 대형 셔틀버스 수 십대가 눈에 띈다. 그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가니 등산로 입구에 다다른다. 찦차 100여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승차표를 끊어 6인1조로 탑승하니 천지 꼭대기까지 실어다 준다. 이번에는 운전기사에게 팁까지 주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장백폭포를 관람하는데도 입장권을 또 끊었다. 역사적 시각으로 볼 때 관광수입은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백두산 주권을 지켜내야 할 북한은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적으로 힘을 잃고 구석에 몰려 있다. 관광산업에 눈을 돌려도 좋으련만 선군사상이니 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6자 회담, 남북대화 등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엉뚱하게 미사일을 쏘아 올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빨치산 밀영’ 자랑이나 하고, ‘정일봉’을 치켜세우며 망해 가는 사이, 국제적 고아가 되어가고 있는 동안에 정작 백두산은 ‘중국 것’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