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드디어 개학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달여의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게 된 것이다. 방학중에 학교에 출근하면 교정이 텅비어 있어 왠지 쓸쓸함이 감돌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대신에 중장비의 엔진소리만 요란했었다. 운동장 배수로 공사가 방학중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이 행정구청을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기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학교 가까이 다가 갔더니,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여느 때보다 밝게 보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들어왔다. 다른 때보다는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최고인 상태로 교문을 들어섰다.
그런 기분이 지속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교실에 들어가니 우리반 아이들이 대부분 등교한 상태였다. 모두들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교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너무도 뜨거운 열기 때문이다. 복도와 교실의 온도차가 최소한 5-6도는 되는 것 같다. 교실에 들어가서 5분도 안되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반갑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선생님 방학때 어떻게 지내셨어요.'부터 '저는 이번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친척집에 다녀왔어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서히 더위가 잊혀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학생들이 학교에 가득 들어와 있기 때문이엇다.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학교의 가장 큰 주인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가 순식간에 수업을 마쳤다. 종례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폰이 울렸다. '오늘 부장회의 있습니다. 지금 빨리 오세요.' 우리교무부장님의 말씀이다. '그렇구나. 오늘 부장회의 한다고 아침에 그랬었지. 이제 개학을 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네. 회의 한다는 소리 들으니...'
결국은 이렇게 회의를 하는 것도 학생을 위한 것이고, 학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라는 생각이다. '역시 학교는 학생이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