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정채봉 님의 글을 읽다가 감동적인 우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목은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로 혹여 좌절을 겪고 있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소개해 주면 좋을 것 같아 발췌해 올려봅니다.
상처를 입은 독수리들이 하나 둘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날기 시험에서 낙방한 독수리부터 시작해서, 무리에서 버림당한 독수리, 힘센 독수리에게 할큄을 당한 독수리 등등 그들은 세상에서 자신들만큼 불행하고 상처가 많은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는 것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래서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망루에서 파수를 보던 영웅 독수리가 날아와서 이들 앞에 앉았다.
"왜 자살하려고 하느냐?"
"괴로워서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요."
영웅 독수리가 말했다.
"나는 어떨 것 같으냐?" 상처가 하나도 없을 것 같지? 그러나 이 몸을 봐라."
영웅 독수리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에 많은 상처자국이 나타났다.
"이건 날기 시험 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나보다 힘센 독수리가 할퀸 자국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겉에 드러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상처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영웅 독수리가 조용히 말했다.
"일어나 날자꾸나.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들뿐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그렇습니다.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목이 꺾여 죽은 새란 말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모진 풍상을 겪으며 수백 년을 사는 느티나무를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느티나무는 웬만한 시련에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생채기를 안고 수없이 부러진 가지를 보듬으며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느티나무를 생각한다면 분명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