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5월과 8-9월이 되면 학교에 비상이 걸리기 일쑤다. 아폴로눈병 등 유행성 눈병이 번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대체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때다. 그동안 교직생활을 해 오면서 눈병때문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던 해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학교는 유행성 눈병의 사각지대이다.
비단 학생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 유행성 눈병이 번지면서 이의 영향을 받아 교사들 역시 눈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생긴다.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동료교원들에게 전염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다음주가 되면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할 것이다. 개학후에는 반갑지 않은 유행성 눈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봄에도 한참 눈병으로 애를 먹었다. 학생들 중에 눈병이 발병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늘어난다. 전교생의 1/3정도가 눈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눈병이 번지는 이유는 당연하다. 학교가 여러학생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접촉이 빈번하고 같은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먼저 감염된 학생이 완치될 만하면 다른 학생이 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 기간이 1-2개월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눈병뿐 아니라 학교는 각종 전염성 질병의 사각지대이다. 감기만 해도 그렇다. 환절기에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많다. 계속 전염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도 그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눈병이 번지면 교육청에서는 눈병 예방대책을 각급학교에 배포한다. 물론 번지기 전에도 배포된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를 철저히 지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교육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등교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다. 다른 학생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학부형들도 많다. 학생들 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학교에 등교를 하면 학교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 학생들을 따로 격리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부모들의 항의 때문이다. 학교에 등교했으면 당연히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옳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교실로 들여 보내면 이번에는 눈병에 걸리지 않은 학생들의 학부모가 항의를 한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눈병 문제는 일단 감염이 되면 대책이 없다. 따라서 예방교육을 좀더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예방을 철저히 한다고 감염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쩔수 없이 감염되는 경우가 나온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눈병이 번지면 교육청에서는 매일같이 눈병감염학생수를 보고하라고 한다. 그것이 교육청에서 하는 조치의 전부이다.
눈병은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 결국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유행성 눈병을 예방하려면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수돗물에 손을 자주 씻고 수건이나 컵 등 개인 소지품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눈에 부종이나 충혈, 이물감 등이 있을 경우 손으로 비비거나 만지지 말고 즉각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눈병을 퇴치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다같이 노력할때 유행성 눈병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최선을 다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자료 개발 등은 교육청에서 발벗고 나서 주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교육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