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학교위탁급식의 위생상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줄이 급식사고가 터졌었다. 이 여파로 방학이 끝난지 오래 되었지만 사고를 겪었던 많은 학교들은 아직도 학생들의 급식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는 여,야 합의하에 학교급식법이 제정되어 3일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해프닝까지 연출하였다. 이 법안은 그동안 오랫동안 끌어왔던 법안이기도 하다.
급식사고를 없애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안이지만 이 법안이 실제로 얼마나 급식사고를 줄이는데에 기여할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급식업무를 학교장 책임하에 실시하도록 되어 책임이 무거워진 상태이다. 골치아픈 사안은 학교장에게 권한을 넘기는 전철을 또 밟았기에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다.
이렇게 급식사고가 났음에도 급식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났을때 같은 일이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급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첫째도 위생관리 철저, 둘째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식자재 납품업자들의 의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내 가족이 먹을 것을 납품한다고 생각하면 의식전환은 간단하다는 생각이다.
급식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나타난 학교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학교에서는 매학기 학급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한다. 선출이라고 해야 당일날 후보로 나와서 당일날 투표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선거보다 확실히 깨끗한 선거가 바로 학급회장, 부회장 선거이다. 부정선거운동이나 불법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선출된 회장과 부회장은 학급학생들에게 소위 한턱 쏘는 관례가 각 학교마다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모든 학급에서 다 있는 현상은 아니다. 그 한턱이라는 것이 햄버거에 콜라가 대부분이고 보면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 학급생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이번 2학기의 학급회장 선거 후에는 이런 풍속도가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급식사고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외부에서의 먹거리 반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공문으로 전달된 내용이다. 즉 급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외부음식이 원인인지 학교내의 급식이 원인인지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 금지이유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학교에 책임을 돌리는 것을 막자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학급생만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여온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즐길수 있는 한턱쏘는 문화까지도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외부에서 반입되는 음식역시 대부분 대기업체에서 제조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소지는 그리 높지 않다. 햄버거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체육대회때나 학생들이 행사가 있을 때도 학부모가 학생들에게 음료수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 역시 금지해야 할 판이다. 모든 것을 학교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방침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학교내에 학교매점이 있는 학교가 많다. 여기서 판매되는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제품은 아무런 제한없이 판매된다. 외부에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매점에서 판매하는 식품도 금지되어야 한다.
학교의 학생들 문화는 독특한 면이 있다. 외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학생들에게 해가 되는 문화는 당연히 사라져야 하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사라지도록 하는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쨌든 급식하고의 여파가 이런 학교문화를 파괴하는 쪽에도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