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교실마다 급식 뒷정리가 한창이다. 급식 뒷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게 되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피아노 소리. 점심을 다 먹은 어린이들이 피아노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소리이다. 매끄럽게 넘어가는 소리는 아니지만 피아노 치는 귀여운 모습이 상상이 되는 그런 소리이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인 우리학교는 교실배식을 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마을에 피아노 학원이 한 곳 정도 있으나 레슨비가 부담이 되는 어린이들이 많아 피아노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하여 학교에서 4년 전부터 특기적성 피아노 부를 개설하여 운영해 오고 있고 10대의 피아노가 비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리포터는 어릴 적 피아노 치던 기억이 늘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피아노 치는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도 더 하다. 특기적성 지도교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진도까지 훤히 알고 있을 정도이다. 교실이 바로 피아노실 옆이고 아이들이 피아노실로 드나드는 모습을 늘 보기 때문이다.
오늘은 피아노실에서 아이들의 피아노 치고 있는 모습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 피아노 선생님의 허락을 맡고 피아노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피아노를 친다. 선생님이 보고 있으니 자랑을 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잘 친다고 칭찬하는 소리에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아쉬운 면도 느낀다. 그것은 몇 년 전, 피아노를 전공한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책을 선물 받았던 생각이 나서이다. 리포터가 음악에 관심이 많고 또 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선생님께서 특별히 생각해서 따로 사 두었다가 주신 책이었다. ‘어린 피아니스트들과 마음은 그대로인 어른을 위한 연습’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만든 책이다.
악보만 나와 있는 여느 책과는 달리 바둑이, 토끼, 곰 등의 동물그림과 그 동물들이 음악에 맞추어 도구를 들고 움직이는 모습과 걷는 모습들, 또 플래시 카드를 이용하여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살려 자유롭게 음악으로 옮기는 훈련을 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었다. 일률적인 지도가 아닌 개인의 특성에 맞게 활동(움직임)을 통하여 아이들 스스로 뛰는 음, 연결 음, 무거운 음, 가벼운 음 등을 알아내는 맞춤식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어 있는 이 책은 아이들 지도에 매우 유용한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우리학교 피아노 교실에서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률적인 지도가 계속되고 있다. 피아노 학원과 차별화되는 학교 특기적성 피아노 교육을 하면 어떨까? 진도는 조금 늦고 교사의 의도를 몰라주는 학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훗날 아이들이 음악을 향유하며 누리게 될 때를 생각해 보라. 기능만 연마했던 아이들과 다양한 음악교육방법을 적용한 창의적인 피아노교육을 받았던 아이들과의 차이를.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우리학교에 피아노 10대가 있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음악교육을 서비스 해야 한다. ‘低 급여 이므로 지도교사를 확보 못 한다’, ‘다른 지역의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과 같이 피아노 진도가 나가야 한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는 어른들의 논란 사이에 아이들의 놀라운 음악적 창의성은 조금씩 잠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