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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험이 뭐길래

리포터가 대학시절에 학보사에서 일한적이 있다. 그때는 지금처럼 신문제작이 훌륭하게 되던때도 아니고 취재라야 보잘것 없는 기사가 많을때다. 매일같이 학생시위가 이어지던 때였다. 그것을 취재하여 보도하는것도 쉬운 여건이 아니었던 때였다. 그때 학보사 시험은 그 어느 시험보다 어려웠었다. 그 이유를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다. 왜 그렇게 경쟁이 치열했던지..

그때 1차시험에 합격하여 2차시험인 면접을 보는데, 지금도 잊지 못하는 질문이 하나있었다. '시험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일순간 당황이 되었다. 머뭇머뭇 하는데, '제가 알려 드릴까요'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발할려면 시험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얼굴만 보고 뽑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키큰사람을 뽑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제가 볼때는 앞으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한 전쟁은 계속될 테니까요.'

왜 갑자기 시험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 중간고사가 오늘 끝났다. 마지막 시험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각 교실에서 '와! 끝났다.'라는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우리교실은 교무실에서 직선거리 10m밖에 안되는데다 바로 옆건물인지라 교무실과 마주보고 있는 형태이다.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에 교감선생님께서 '2학년 1반이 함성이 제일 크던데요. 아이들 공부하라고 많이 괴롭히신 모양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교감선생님 말씀이고 리포터가 볼때는 거의 모든 교실에서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고 보고싶다. 실제로도 그랬었다. 시험이 끝나기를 정말로 기다렸던 모양이다. 아이들 모두가 뒤풀이를 계획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험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잘봤건 못봤건 상관이 없다는 눈치였다. 모두들 이젠 해방이라는 표정만을 읽을 수 있었다.

시험을 본다는 것은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주변에 어떤 선생님은 운전면허시험을 보는데 다리가 너무 떨려서 자동차를 운전하기 어려웠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선생님은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을 보는데 손가락이 떨려서 제대로 문서작성을 못하고 떨어졌다고도 했다. 그 뿐아니다.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위해 (과학)실험평가를 하는데도 긴장이 되어 기구를 깨뜨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의 시험감독 중에 이런 경험도 했다. 한 학생이 갑자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양호실로 학부모에게 데려가도록 부탁을 해서 겨우 시험을 마쳤다.(우리학교는 학부모가 매번 시험때마다 감독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시험이 끝나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을 보고 '시험이 뭐길래'라는 생각을 했다.

시험에 대한 부담은 성인이나 학생들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일단 '시험'이라는 두 자가 붙으면 긴장의 연속으로 부담감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험이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학시절 면접관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어차피 시험이라는 것을 비켜갈 수 없다면 과감하게 부딪치는 것이 현명한 해결방법일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이야기가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역시 시험에 관한 철학은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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