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에 닿기전 마음이 먼저 그곳으로 달려가기 마련인 방학, 그리고 휴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책 속에 풍덩, 세상사로부터 '실종'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 등이 양서로 선정한 책을 중심으로 방학중 읽을만한 책을 소개한다. 어디론가 떠나기전 배낭 속에, 차분히 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기엔 교양서가 제격이다. 올 여름엔 교양을 꽉꽉 채워보자.
20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던 '남민전의 전사' 홍세화씨가 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한겨레신문사)는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문명비평에세이. '프랑스사회와 한국사회의 대화'라고 해도 좋을 이 에세이집에서 저자는 톨레랑스(관용)와 진정한 개성존중 등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일깨우고 있다. 다듬어진 문체와 정연한 논리로 우리사회 일그러진 풍경들에 매서운 비판을 가하고 있어 일독할 만하다. 김경일 상명대 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바다)는 한국사회 병리 뒤에는 공자와 유교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어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시대변화상 체크를 위해 좌파와 우파를 절충한 토니블레어 총리의 '제3의길'을 비판한 제3의 길은 없다(당대)와 미국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한 미래를 예견한 유토피스틱스(창작과비평사)도 방학 독서목록 윗자리에 올려놓자.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책도 빠뜨릴 수 없다. 소장 역사학자 여규호씨 등 18명이 공동집필한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푸른역사)은 삼국시대부터 8·15해방까지 역사적 전환기에 시대를 이끌었던 31인의 행적을 새롭게 조명한 역사 교양서. 강만길 전고려대 교수가 개항부터 김대중정권 출범까지의 현대사를 적절한 가정과 논평을 붙여 기술한 20세기 우리 역사(창작과비평사)도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 유용한 책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까치)는 다소 까다롭긴해도 인류의 생활문화사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유적답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엮은 답사여행의 길잡이(돌베개)나 궁궐학 박사 1호인 홍순민씨가 서울시내 5대 궁궐의 역사를 다룬 우리 궁궐이야기(청년사)를 읽은 뒤 유적지나 고궁을 찾는 것도 좋은 휴가방법이 될 것 같다. 또 연극평론가 안치운씨가 경기·강원·충청지역에 있는 옛길의 정취를 미려한 문체로 담아낸 옛길(학고재)과 소설가 정찬주씨가 전국의 빼어난 암자 16곳을 소개한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해들누리)도 배낭 속에 넣어갈 만한 책이다. 좀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싶다면 여행가 권삼윤씨의 두브로브니키는 그날도 눈부셨다(효형)와 이옥수교수의 베란다가 있는 풍경(책세상)을 읽어보자. 전자는 아크로폴리스, 스톤헨지, 알타미라 동굴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을 돌며 쓴 탐방기며 후자는 인도델리대학에서 인도근대사를 전공한 저자가 인도역사연구와 자신의 인도체험을 씨줄과 날줄삼아 써내려간 인도문화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