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이었지만 월 2회의 토요휴업이 실시되면서 위축된 학교행사를 단 1회라도 더 실시하기 위해 교내 백일장 및 사생대회를 실시하였다. 소풍이라는 명목의 학교행사는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도 학교에 따라서는 소풍이나 교내 백일장 또는 사생대회를 실시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처럼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하루로 묶어서 실시하는 학교 역시 적지 않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여의도공원으로 장소를 정했다. 아침일찍 대회를 시작하였다. 하루에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모두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라고 별도의 시간을 제시하긴 했지만 학생들은 짬을내서 식사를 하고 글쓰기와 그림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점심도시락을 지참하여 실질적인 식사를 하는 학생들보다는 주변의 매점등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띠었다.
이렇게 오전이 지나갈 무렵, 갑자기 출출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있는 곳을 순회한 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아마도 다 같은 느낌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회본부로 자리한 곳에는 거의 도시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미 학교행사에 교사들 도시락을 지참해오는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교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밀려오는 시장기는 어쩔수가 없었다. 대회장소를 이탈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점심을 건너뛸수도 없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한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바로 인근 식당에서 배달을 해서 점심을 해결하자는 방안이었다. 모두가 대환영이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인근식당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하였다. 또다시 침묵...
그러나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공원안에 있는 매점에가서 인근 식당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매점아주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바로 주문을 했다. 배달해온 자장면으로 식사를 하면서 어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거 이창희 선생님 한교닷컴에 올리셔야 합니다. 요즈음 교사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알려야 합니다. 아 참 사진하나 찍었어야 하는건데....'
지금껏 먹어본 자장면 중에서 최고의 맛이었다. 오늘 함께 했던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된 생각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