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뿐이다."란 존 F 케네디의 말처럼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교육환경 또한 세상과 똑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다. 교육이란 것이 학생들에게 세상을 앞질러가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면 교사들은 이러한 시대변화에 둔감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교육에 대한 포기요, 나아가 학교 무용론까지 불러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도 더 이상 예전의 권위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교육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피교육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정신과 그들을 미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교육자들의 사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의 하나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바로 수준별 이동수업의 활성화방안과 그 한계의 극복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하여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수준별 수업의 활성화방안을 교육과정의 중핵(中核)으로 삼아 2004년부터 점차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계는 경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열악했던 여건으로 말미암아 다른 분야보다 발전이 지체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교육의 최종 목표마저 입시교육에 두었었기 때문에 획일적 교육이 불가피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으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부정적 문제점들을 시인하고 개선해 보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마 개중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현재 진행중인 수준별 이동수업이다.
수준별 수업이란, 학생들을 학업 성취 수준에 따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눈 다음, 각 집단의 수준에 적합한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제공하는 수업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수준별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우수한 학생은 우수한대로, 열등한 학생은 열등한대로의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보면 매우 선진적인 수업 방식이다. 특히 요즘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수월성 교육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각계에서 교육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활발하게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수준별 수업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을 이루어왔다. 여기서의 '수월성 교육'이란 영재교육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평준화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통 학생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의 능력을 계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준별 이동수업은 크게 보면 수월성 교육과도 일정부분 그 맥이 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수준별 수업은 위에서 열거한 장점 외에도 단점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수준별 수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교사 정원을 대폭 늘려야 되고 수준별 수업에 맞는 교재 개발과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교과 교실 등의 시설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학업 성적에 따른 학생들간의 분반 수업으로 인해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우열반이 아니라고 홍보해도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문제점이 있다. 열반에서 학습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인 자괴감을 심어줄 수 있고, 이런 자괴감은 자칫 자포자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이 더 활성화될 우려도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성향으로 보아 열반으로 떨어진 자녀를 구제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평가상의 문제이다.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려면 우선 수준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준별 평가가 쉽지 않다. 각자 차별화 된 수업을 받은 학생들에게 일제식 평가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대책을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넷째는 과연 투자한 만큼의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투자한 만큼의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는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준별 이동수업이 여러 부정적 위험 요소와 한계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 수요자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현대는 분명 격변과 순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점차 지식의 수명도 짧아질뿐더러 교육을 통해 얻고자하는 학생들의 욕구도 더욱 강렬해지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모든 과목을 두루 잘하는 우등생이 대접을 받았었고, 이러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뽑아 가는식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특화된 능력이나 창의성이 강한 신지식이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즉 다원형의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교육자로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거나 시대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무능력한 교사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역동적인 사회일수록 정체는 곧 도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교육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라도 수준별 이동수업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를 활성화시키는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