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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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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위대합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거기에다 정성들여 키운 국화를 화단 앞에 쭉 진열해 놓으니 보기가 얼마나 좋습니까? 예민하신 선생님은 국화 향기를 맡으면서 아름다운 가을의 맛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학교가 우리학교만한 곳이 과연 몇 학교나 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습니다. 학교에 나무들 가운데 가을에 민감한 나뭇잎은 벌써 색깔을 내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성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떨어지기 시작했네요.

어제 저녁에는 1학년 선생님들께서 전원이 남으셔서 야자감독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2,3학년도 많은 선생님께서 야자감독을 하셨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라 야자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자진해서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돋보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어제 야자시간에 중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저에게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돌아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고등학교 선생님은 늦게까지 수고가 많습니다. 너무 조용하네요. 절간 같습니다.’하더군요. 저는 그 선생님에게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수고 많습니다. 우리 애들은 정말 잘합니다. 보통 때도 그렇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자진함이 빛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판단해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저가 만약 학습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분간 전 담임선생님들께서 남아서 야자감독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아닙니까? 그 말씀 안 드려도 알아서 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한 선생님은 임신을 해 몸이 불편해 보였는데도 밝은 모습으로 야자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게 됩니다.

선생님들은 정말 위대합니다. 부모만큼 위대합니다. 왕만큼 위대합니다. 앞서 깨달은 분들의 말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들은 역시 보는 눈이 예리했습니다. 민첩했습니다. 매서운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깊이 보고 멀리 볼 줄 알았습니다.

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모두가 가장 조심스럽고 가르치기 힘든 사람들을 가르치고 다스리기 때문 아닙니까? 임금님은 나라백성을 덕으로 가르치고 다스리고,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가르치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정으로 가르치고 때문에 임금님, 부모님, 선생님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임금님이 위대하듯이 선생님은 위대합니다. 부모님들이 위대하듯이 선생님도 위대합니다. 선생님 말고는 그 어느 누구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은 분은 없습니다. 역시 앞서 깨달은 분들은 선생님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치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의미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위대함을 스스로 인정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선생님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듯싶습니다. 선생님의 긍지를 가져도 좋은 듯싶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선생님의 위대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가치를 낮추려 합니다. 선생님의 의미를 평가절하합니다. 외부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 자신마저도 그렇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스스로 깎아내리려 합니다. 깎아내리는 것과 낮추는 것과는 다른 데도 말입니다. 겸손과는 다른 데도 말입니다.

선생님들은 왜 위대합니까? 고통을 겪는 학생들을 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들을 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학생들을 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장점, 단점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에게 감추어진 가능성을 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잠재력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치를 인정해줄 줄 알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부여해 줄 줄 알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부여해 줄 줄 알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학생들의 장래를 걱정해 주고 장래를 잘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줄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나가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자긍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선생님의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아서는 안 됩니다. 입에 오르내려서도 안 됩니다.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언제나 칭송이 자자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을 부러워하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을 존경하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정말 하기 힘듭니다. 실력도 갖추고 인격도 갖춘 자만이 합니다. 실력이 있어도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못합니다. 인격을 갖춰도 실력이 없으면 못합니다. 다 갖춘 자만이 합니다.

선생님은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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