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력을 보니 수능이 27일 남았다. 학기초에 300일이 넘는 숫자로 카운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이 코앞이다. 굳이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세월의 빠름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지루하고 무더웠다. 학생들은 살인적인 폭염과 싸우면서도 이런 날들을 잘도 견디어 냈다. 푹푹 찌는 열대야 현상과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오직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하나만으로 견뎌낸 학생들이 참으로 장하고 대견하다.
2006년 10월 중순. 서서히 고등학교 생활이 종착역으로 치달으면서 아이들 인생에도 희비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여유와 느긋함으로, 또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에 더욱더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지금 고3 교실을 보면 마치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명암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있듯이 말이다. 학기초에는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였건만, 겨우 8개월만에 이렇게 인생이 뒤바뀐 것이다.
"시험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흔히들 말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인생의 전부가 된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청춘을 불사른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그럴수록 아이들은 공부에 목숨을 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입시가 수능시험, 논술고사, 적성고사, 구술 면접, 내신 등등으로 복잡·다양화되면서 도대체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넘쳐나는 각종 입시 정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자칫 잘못하여 학생이나 학부모가 중심을 잃고 시류에 휩쓸리게 되면 입시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수학능력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꿈은 반드시 생각한 것만큼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그 꿈을 갈망할 때 그 꿈은 곧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도 좁은 교실에서 책과 씨름을 하는 전국의 모든 고3 학생들에게 반드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말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여러분들의 그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잊지 마시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