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어제 정말 오랜만에 고3아이들의 야간자율학습지도를 했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둠이 짙어지고 덩달아 주변의 소음도 줄어들더군요. 가끔 가을감기에 걸린 아이들의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볼펜심 딸깍이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 간선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타이어마찰음만이 정적을 깰 뿐, 사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가끔 학교 인근에 있는 해미공군전투비행장에서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굉음만 없다면 완벽한 가을밤의 고요라 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을 훈풍에 실려오는 그윽한 국화향과 도대체 어디쯤인지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가을밤을 더욱 스산하게 하더군요.
이 황홀하고도 스산한 가을밤에 우리 고3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야간자율학습 중인 교실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교실은 텅 비어있고 한 반에 서너 명만이 앉아서 공부할 뿐 나머지 학생들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 때문에 특별실로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특별실에 가보았더니 한밤중이었는데도 고3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예상문제집을 펼쳐놓고 실전과 똑같이 연습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늦게까지 남아서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하기 때문에 우리 시골학교 학생들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시정보에 관한 한 황무지나 다름없는 시골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나마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노력과 연습뿐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야말로 아직까진 가장 확실한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