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서울시교육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이른바 '혁신'이다. 교사 개인은 물론 학교의 교육시스템까지 혁신을 요구했다. 이미 학년초에 각 학교에서는 혁신과제를 발굴하여 보고함은 물론 중점적으로 추진하라는 공문이 전달되었었다. 그 밖에도 혁신공모제를 실시하여 혁신을 잘한 교사에게 혁신 마일리지라는 것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혁신과제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와서 해당 부서에서는 그 결과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쨌든 해당자료를 충분히 제시해야 함은 물론, 좋은 평가을 받기 위해 보고서 작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각종 증빙자료들이 첨부되는 것은 물론이다.
담당업무를 맡고있는 교사에게 사진출력 등을 도와주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추진한 내용을 가지고 최고의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의 교육성과는 널리 홍보하여 인정을 받을 때, 빛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해도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인정을 못받는 것이 현재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보이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혁신과제를 수행한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늘 그렇게 해오던 교육활동일 뿐이다. 인위적으로 혁신을 요구하지 않아도 학교에서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여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년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에서도 잘 알수 있다.
그런데도 특별한 지원없이 새로운 것을 자꾸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잘 하는 것을 좀더 잘하도록 권장하고 여건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교육행정기관의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뭔가를 하려고 해도 여건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인위적인 혁신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기 어렵다. 학교장에게 권한을 대폭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제대로 된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학교혁신이 별거 있습니까?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면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주당 수업을 23-4시간씩 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을 제대로 챙길 수 있겠습니까? 수업하기 급급한데 머리쓰면서 좋은 방안이 떠오를리 있습니까? 여건만 개선해 주면 혁신은 언제든지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교육 잘해서 학생들 잘 지도하는 것이 바로 혁신 아닙니까?' 학생지도에 대한 열정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