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학교조직의 특성이 있다. 즉 학교에는 교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어도 그저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가 교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교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행정실장을 비롯한 몇몇 행정실 직원들은 일반직이다. 여기에 학교회계직을 포함한 비정규직들이 함께 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이렇듯 학교에는 비정규직들도 몇명씩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관심밖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학교의 비정규직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인 지난 8월에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5만4000여 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함으로써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여 명 가운데 10만여 명이 학교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가 있은 후 학교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런데, 프레시안뉴스[
http://www.pressian.com 2006.10.27]에 따르면, '비정규직에 대한 교육청의 생각은'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교육청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일반직 공무원들의 대화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내용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 공무원들이 학교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료가 공개됐다. 27일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나온 뒤 열린 회의에서 공무원들이 나눈 대화의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9월 29일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비정규직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사무관과 일선 고등학교 행정실장들의 발언을 회의 참가자 중 한 명이 받아 적은 것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제보를 통해 이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사무관은 비정규직 담당자가 생긴 것에 대해 노조가 환영하자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규직화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정규직화해준다"는 시혜적 표현으로 말한 것도 놀랍지만, 이어진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무기계약(정규직화)에 대한 정부의 기준이 ('상시적', '지속적' 이라는) 두 가지밖에 없어 황당했다"며 "그런(학교 비정규직에 대해 2년 안에 계약해지하라는)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릴 수 없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교 행정실장들의 발언은 한술 더 뜬다. "나이가 많아서 일시키기가 껄끄러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하면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일용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해고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의 근거를 만들라"고 충고했다.'
이자리에 참석했던 행정실장들은 나이 많은 학교회계직에게 일 시키기 어려우면 근무평가보다 차라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해고의 근거를 만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사의 도움을 받으면 해고시키기 쉽다고 했다는 것이다. 해고를 무서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더큰 문제는 행정실장들의 이런 발언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사무관의 대답이다. '행정실장님 말씀이 모범답안입니다. 여기 실장님들이 악역을 맡아 주십시오. 그래야 교육청이 편합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비정규직 대책을 이런식으로 몰고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자신들이 좀 젊다고 해서 나이많은 비정규직을 무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이들을 해고시키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사무관이 행정실장들에게 악역을 맡아달라고 요구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도 나이들어 푸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 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의 비정규직들은 행정실장으로부터 여러가지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들린다. 분명한 것은 교육청의 살림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비정규직을 이런식으로 푸대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들도 학교조직의 일원이고 정규직에 비해 일을 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맡은바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한다.
최근의 과학실험보조원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가져오는 방침을 철회하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보지 말아야 한다. 살림이 어려워 당장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면 이들의 고용불안(최소한 비정규직으로)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학교에 비정규직이 없으면 학교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이 생긴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답변에 나선 공정택교육감은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교육감의 답변대로 최소한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