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서울에서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가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교명이 변경되고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되었었다. 그때만 해도 실업계 고등학교 특히 상업계 고등학교는 하향세로 끝없는 추락을 하던 때였다. 지금보다 도리어 더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던 것이 선린인터넷고등학교라는 특성화고등학교로 간판을 바꾸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서울의 특성화고등학교의 성공사례로 손색이 없는 학교가 되어 있다.
이렇게 특성화고등학교가 성공을 거두면서 교육부 차원에서 전국에 특성화고등학교를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서울의 경우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외에 서울관광고등학교(구, 관악여상)도 특성화 고등학교로의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이런 사정과 실업계고등학교 활성화 방안이 맞물리면서 특성화 고등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정책적인 배려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대부분의 실업계고등학교가 특성화 고등학교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몇년전의 실업계 고등학교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된다. 즉 희소성이 있을때는 우수한 지원자가 모여들게 되지만 그 가치가 떨어지면 지원자가 감소하게 된다. 당장 서울시에 동호정보공업고와 한강전자공예고, 경복여자정보산업고, 대동정보산업고, 선정여자실업고, 성암여자정보산업고 등 실업계 고교 6곳이 새로 특성화 고등학교 지정을 받아, 2008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현재 서울시에는 13개의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다. 특성화고 지정이전에는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였다. 여기에 6개 학교가 추가되면 모두 19개가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도 앞다투어 특성화 고등학교로의 전환을 모색할 것이다. 예산지원등에서 다른학교와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꾸 늘어가다보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한정된 학생을 신입생으로 모집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성공적인 전환이 계속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을 깊이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특성화 고등학교로 지정되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이런 기준을 좀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실업계고등학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어쩔수 없겠지만, 실질적인 특성화정책을 꾀한다면 최소한 지정기준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고 또한 강화할 필요도 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난립하는 것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