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선생님, 어떻게 하죠? 까치가…."
오늘 아침, 환경부장은 얼굴 표정이 일그러져 있고 어쩔 줄 몰라한다. 내용인즉 지난 수요일 학교 텃밭에 특수학급 학생들과 우리밀을 세 두렁이나 심었는데 까치가 씨앗을 거의 다 파먹어 다시 파종해야 할 정도라고 하소연 한다.
이럴 때 교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답하는 것이 만족을 주는 시원한 해결책이 될까? 농사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다만 까치는 잡식성이고 먹성이 좋아 과수 뿐 아니라 농작물에 피해를 크게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기사님이 그러는데 그물망을 사서 보호하면 된다고 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무어라고 말씀하시던가요?"
"그물망 사는 값이 비싸서 사지 말라고 하시던데요."
와, 안타깝다. 우리밀 보급처의 무료 보급 공문을 보고 신청하면서 "올 겨울엔 교정에서 밀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겨울녹색을 즐겨야지!"하는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어쩌랴! 까치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부장님, 아직 파종하지 않은 씨앗이 남아 있지요? 지금 살아 남은 것 키우고 남아 있는 것 파종하여 가꿀 수 있는데까지 가꾸어 봅시다. 씨앗 심을 때 흙 위로 씨앗이 나와 까치에게 흔적 보여 주지 말고요. 그러나 너무 깊이 심으면 발아가 더디지요"
환경부장의 표정을 보니 밀 씨앗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특수학급 학생들과 정성들여 심은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한 안타까운 빛이 역력하다. 교육, 아무나 할 수 없듯이 농사,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점심시간, 학교 텃밭을 둘러 보았다. 까치는 한 마리도 없었다. 까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텃밭에는 까치 발자국만 요란하게 남아 있었다. 막대로 땅을 헤쳐보니 정말 밀씨앗을 찾을 수 없다. 이곳저곳 한참을 뒤지니 밀 2개가 고개를 내민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
"까치야! 우리밀 맛만 보고가지 그렇게 황폐화시키면 어떻게 하니? 우리 교육도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지금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데…. 너, 정말 너무 했다. 너, 그 사실 알고 있니? 농사의 방해꾼인 네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