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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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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한 여 선생님의 숨겨진 미덕


벌써 11월 첫 토요일입니다.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더욱 싸늘하더군요.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오고 나면 더욱 추워진다고 하니 몸 적응훈련을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선생님 중에는 감기몸살로 조퇴를 하시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저도 감기에 걸린 지 오래 되었지만 잘 낫지를 않네요. 아직도 기침이 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생이 계속 되면 맡은 업무를 잘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건강관리, 목관리, 몸관리를 잘 하셔야겠습니다.

어제는 기분이 좋았던 날인 것 같습니다. 어젯밤 야자시간에 우리학교에 부교육감님께서 중등과장님과 함께 다녀가셨습니다. 수능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교육감님께서 공석 중이라 교육감님께서 오신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골마루에서 처음 만나 인사를 드리니 칭찬을 많이 하시더군요. 여러 선생님께서 잘 하시니 저가 대신 칭찬을 듣게 된 것입니다. 사실은 부장선생님을 위시하여 여러 선생님께서 수고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칭찬을 듣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아침부터 여러 선생님은 따뜻한 정을 저에게 베풀어 주셨습니다. 선생님 드시라고 가져오는 음료수를 하나 주셨습니다. 얼마 있으니 또 한 여 선생님께서 ‘○○’이라는 크림케이크를 주셨습니다. 점심 때 쯤에는 한 선생님께서 피자 한 쪽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또 한 선생님은 울릉도 호박엿 세 개를 주셨습니다.

또 양호실에서 차 한 잔을 하러 오라고 해 오랜만에 갔더니 원로선생님이 계시더군요. 함께 차 한 잔을 대접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기침을 그치지 않고 있으니 기침약을 말도 하지도 않았는데도 챙겨 주시더군요. 이렇게 많은 대접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저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는 일과 주신 것 가지고 선생님에게 도로 나누어 주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베풂은 오늘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도 그러합니다. 그러니 저는 언제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자세를 낮추는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어제 점심시간 수고하시는 박 주사님과 함께 점심을 하고 싶어 원로선생님과 함께 가기를 원했는데 원로선생님은 4교시 수업이 있어 함께 가지고 못하고 밖에서 박 주사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교장선생님께서 출장 다녀오시면서 박 주사님과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교장선생님께서 식비를 내셨습니다.

또 오늘로 그만두시는 경비아저씨를 위해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직원 몇 분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분께서 한 선생님의 숨은 미덕을 떠나면서 밝히셨습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불과 같은 밝은 소식이었습니다. 어젯밤 둥근달빛만큼 환하게 빛났습니다. 여름에 퇴근하시면서 수박 하나를 집에 가서 자시라고 주는 것과 추석에 양말 두 개를 주더라는 겁니다. 그 선생님의 숨은 미담은 신선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저녁에 식사를 하고 교무실에 들어오니 3학년 한 젊은 여 선생님께서 아주 영양가 있는 웰빙 과일음료를 가져오셨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학부형 한 분이 과일을 갈아서 담임선생님 자시라고 두 통을 가져온 것을 하나는 학년실에 보내고 하나는 교무실에서 나누어 드시는데 저에게도 한 잔 가져오셨습니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어린 처녀 선생님입니다만 평소에 너무 열심히 잘하시고 하는 일마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러니 더 맛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선생님들은 많은 분들에게 알게 모르게 베풀고 계신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왜 대접만 받고 살아야 하는지, 왜 남에게 베푸는데 좀더 적극적이 못한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왜 대접받는 것만 좋아했는지, 왜 베풀기에 인색했는지를 생각하면서 더욱 자신을 채찍질을 하게 됩니다.

전에는 대접 받는 게 참 좋았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대접을 받는 것만큼 베풀면서 사는지를 항상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렇지 못할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만족을 하지 못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에 만족하며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저도 여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마음 본받아 더욱 베풀며 살기로 다짐해 봅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말입니다. 말 한 마디부터라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뜻한 말, 격려가 되는 말, 위로가 되는 말, 용기를 주는 말부터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칭찬하는 말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기가 들어 조퇴를 하고 가시는 선생님에게도 ‘빨리 회복하세요, 푹 쉬세요’라는 말로 위로 하려고 합니다. 그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말로 위로하며, 격려하며,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려 합니다. 3학년 한 젊은 미모의 여선생님처럼 숨은 선행을 본받으려 합니다.

항상 밝은 웃음을 선사하려 합니다. 항상 편안하게 근무하게 하려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렵니다. 선생님들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항상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저 때문에 근무 못하겠다고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렵니다.

대접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좋습니다. 대접 받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베푸는 것이 행복입니다. 알게 모르게 대접 받는 걸 좋아하면서 살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을 좋아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베풂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대접 받기보다 베풂을 더욱 좋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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