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창문을 열어보니 주차된 자동차들 지붕 위에 첫눈이 새하얗게 내렸더군요. 내심 그렇게나 기다리던 첫눈이 입동인 오늘 11월 7일 새벽에 드디어 내렸던 겁니다. 떡가루처럼 새하얀 첫눈을 보니 가슴이 마구마구 설레더군요. 한참이나 창가에 서서 첫눈을 감상하자니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생각났습니다.
그 소설 첫머리에는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 젖혔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나왔다.
처녀는 창문 가득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듯, "역장님~, 역장님~" 하고 외친다. 등불을 들고 천천히 눈을 밟으며 온 남자는, 목도리로 콧등까지 감싸고, 귀는 모자에 달리 털가죽으로 내려 덥고 있었다.
벌써 저렇게 추워졌나 하고 시마무라가 밖을 내다보니 철도의 기관사인 듯한 가건물이 산기슭에 을씨년스럽게 흩어져있을 뿐, 하얀 눈빛은 거기까지 채 닫기도 전에 새까만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어때요, 멋지죠? 모르긴 몰라도 눈 내리는 날의 환상적인 풍경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한 소설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68년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답니다.
이곳은 아까부터 다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네요. 지금은 잠시 그쳤지만 하늘은 찌푸린 얼굴 그대로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가다보니 새끼단풍과 여린 국화꽃들이 여기저기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밤새 내린 비와 바람에 가을이 혼쭐이 난 것 같았습니다. 몸살이라도 날까 걱정이더군요.
아, 드디어 이제 여드레 후면 수능이네요. 고3 아이들이 12년 동안 갈고 닦은 형설의 공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 리포터님들의 기를 모두 모아 빌어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