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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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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난로 안 피워줘요”

올해도 여지없이 입시 한파가 찾아 올 것 같다. 입동(立冬)과 동시에 갑자기 찾아 온 추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산자락에 쌓인 눈은 어느 새 겨울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침 등굣길 갑자기 찾아 온 한파에 아이들이 저마다 두꺼운 옷을 입은 탓일까. 아이들의 몸놀림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그리고 학교까지 아이들을 태워주고 돌아가는 부모님의 얼굴 위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런데 수능시험 10여일도 채 남겨 놓지 않고 있는 고3 교실은 마지막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추위 또한 저만큼 물러나는 듯 하다.

1교시 2학년 영어시간. 아이들에게 추위 때문에 정신마저 헤이 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양복 상의를 벗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교실 문을 열자, 밀폐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장난을 심하게 한 탓인지 뿌연 먼지가 자욱하여 호흡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에게 교실 환기를 위해 모든 창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 주문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서로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화가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창문 가까이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마지못해 창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창문을 열자 아이들은 몸을 더 움츠렸다. 어떤 아이들은 참다못해 교복 위에 덧옷을 입고 시린 손을 ‘호호’ 불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잠깐이나마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요즘 아이들의 특성을 읽을 수가 있었다. 참고 견디려는 인내심이 많이 부족한 아이들.

잠시나마 교실을 환기 시킨 탓일까. 조금 전보다 교실 공기가 많이 쾌적해 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창문을 닫게 하고 수업준비를 시켰다. 바로 그때였다. 한 아이가 손을 비비며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난로 안 피워줘요?”

“그런데 오늘 날씨가 난로를 피울 만큼 추운 날씨라고 생각하니? 사실 추워진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의 날씨에 난로를 피운다면 국가의 에너지 소비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춥더라도 조금만 더 참자. 알았지?”

그 아이는 내 말에 수긍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벗고 수업에 임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 여학생이 걱정스러운 듯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안 추우세요.”
“이 정도 추위쯤이야 참아야 되지 않니? 그러니 너희들도 어깨를 쭉 펴고 이 겨울과 맞서 싸워나가길 바란다. 알았지?”
“그래도 선생님 감기 조심하세요.”

그런데 선생님을 걱정하는 그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차츰 추워지는 겨울 날씨에 자칫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쁘다 보면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잊고 생활할 수 가 있다. 다가오는 연말연시 우리 아이들이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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