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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친척관계와 호칭' 학교서 가르쳐야

사람을 ‘만물의 영장’ 이라고 하는 까닭은 사람이 두뇌․ 사고․ 언어․ 손재주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월등한 능력을 소유함으로서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까닭의 하나는 사람은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일가 친척관계를 이루고 이를 아주 중요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이다. 만약에 사람만이 유지하고 있는 이 친척관계를 그 구성원들이 잘 모르거나 망각하고 살아간다면 그래서 정상적인 일가친척의 관계가 허물어져 버린다면 만물의 영장은커녕 다른 동물과 다를 게 없을 것이며 아니 오히려 그 뛰어난 지능으로 다른 동물보다 더욱 타락한 존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의 우리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친척관계에 대한 지식은 어느정도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촌수로는 ‘아저씨’ 인데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야,자’ 하지를 않나, 분명히 자기 조카 항렬(行列)인데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아줌마’ 로 부르기도 하고 ‘고모’ 를 ‘할머니’ 로 ‘외삼촌’ 을 ‘형’ 으로 부르는 등 친척관계와 그 호칭법을 몰라서 범하는 오류를 자주 접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이를 그때그때 자상하게 지도해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어른들이 이쪽에 무관심하거나 그런 것쯤 모르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 크면 다 알게 될 것인데 공부나 잘하면 되지 하면서 오히려 설명하는 걸 귀찮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어른조차도 복잡한 친척관계 와 그 호칭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현직교사도 예외는 아닌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이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이 젊은 현직교사도 어릴 때부터 이방면의 교육을 철저히 받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조부모님을 모신 가정이나 특별히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사람 말고는 입시공부에만 전념해온 그들에게 누가 이 분야를 챙겨서 가르쳐 주었을 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학교교육의 크나큰 맹점이다. 초중고 교육과정 어디에도 이 분야를 중요하게 다룬 곳이 없고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일차적으로 가정교육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한 일이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므로 초․중학교 어느 교과에서든 ‘친인척의 개념’ ‘친인척의 촌수관계’ ‘친인적 상호간의 적절한 호칭’ 등을 체계화하여 한 영역으로서 교육과정에 반영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범위를 초․중학교의 발달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도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규정하는 친척(親族/外戚/姻戚) 즉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등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이 문제를 안타까이 여겨 나름대로 간단한 교재를 만들어 담임재량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지도를 해보았다. 물론 복잡한 단계까지 가지는 않고 기본적인 수준의 지도였지만 그 반응은 꽤 좋은 편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친척관계에서의 나의 위치와 촌수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호칭에 흥미를 보였으며 특히 자기의 일가친척계통에 실제로 존재하는 친척이 있는 사람은 자신과 친척사이의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그 호칭에 대해서도 비로소 실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요즘엔 대부분 가정이 하나의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사전에서 ‘형제자매’ 란 단어마저 사라질 위기이고 보니 실제로 자기 일가친척이 많지 않고 그와 같은 친척관계나 호칭법을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어른들 특히 후세를 기르고 가르치는 이들이 이를 자기소관이 아니라고 해서, 교육과정에 없다고 해서, 번거롭다고 해서, 혹은 별로 필요가 없다고 해서 그대로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나가자. 이것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사람이 지키고 유지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인륜도덕(人倫道德)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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