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 탓에 하얀 입김이 굴뚝의 연기처럼 흩어지는 새벽 일곱시.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이다. 얼마나 추운지 새벽부터 3학년 형들을 위해 북과 꽹과리를 쳐대며 응원하는 후배들의 얼굴이 꽁꽁 얼어 보였다. 그러나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교문 앞에는 수많은 재학생들이 내뿜는 응원열기와 접대용 차를 끓이기 위한 휴대용 가스렌지의 불꽃으로 후끈하다.
수능 감독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이번 수능이 예년에 비해 유독 결시생이 많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드디어 제2외국어 시험을 끝으로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얼마나 시원섭섭할까. 끝나고 나서 기뻐하는 학생들보단 실망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은 점도 가슴이 아팠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의 실망감은 수험생들의 가슴에 깊은 상흔으로 남을 거란 걱정이 들었다.
그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깊고 진실한 사랑뿐. 하루빨리 저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깊은 상처를 치유할 그런 깊은 사랑을 만나길 우리함께 기도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