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고에서는 지난 2년간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편성·운영해왔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시작 단계이다 보니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위해 사회복지사와 도우미를 한 교실에 5명씩 배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우리 나라는 대학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미국과 중학교 때부터 진로가 결정되는 유럽 사이의 중간쯤에 걸쳐 있다. 진로지도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국가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본다."
- 교육부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현재의 평가방식인 과목별 석차백분율은 7차 교육과정과 전혀 맞지 않다. 직접 조사해본 결과 교사의 60% 이상이 맞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가령 어떤 과목은 30명이 선택을 하고 어떤 과목을 300명이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현행 평가체제 하에서는 똑같이 3등을 하더라도 한 명은 10%, 한 명은 1% 안에 든 것이 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석차백분율이 교육의 수월성 등에 배치된다는 것을 교육부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다른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기간제 교사의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고 고교 이수단위가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수업부담도 커졌다. 학교마다 학급 수가 어느 정도로 할지가 정해져야 교원수도 맞출 수 있는데 이것이 불투명하다. 사립에서는 일단 채용을 하고 나면 그 교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학급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를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교육의 질을 염려하면서도 기간제 교사로 충원하거나 정규교사들이 수업을 조금씩 더 맡게 된다. 교육부가 미리 학급수에 대해 밝혀줬으면 한다.
- 최근 서울대 입시안을 놓고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단위 학교에 교육과정에 대한 편성·운영의 자율권이 넘어온 이상 각 학교의 교육과정은 조금씩이라도 차이가 나게 된다. 각 대학이 대입전형과정에서 너무 까다롭게 학생부를 반영할 경우 고교와 대학간의 불일치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서울대 입시안 파동은 서울대측이 여론수렴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결과라고 본다. 고교와 대학간에 정례화된 모임을 갖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에 대한 불일치를 줄여가야 할 것이다. 이런 역할을 대학교육협의회에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학급 구성 등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점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같은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학급을 편성, 이동수업을 줄이도록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상당히 힘들 것이다. 대부분 학교가 과정을 인문·사회와 이학·정보 등 과정을 광역화해서 크게 묶고 그 안에서 이동수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학급을 구성할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블록 타임(block time)을 설정, 연속수업을 함으로써 이동수업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일선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할 때마다 제안하는 사항이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자율권이 확대된 만큼 단위 학교의 역량을 키운다면 우리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떤 과목을 개설하고 어떤 과목을 꼭 이수시키면 좋을지를 학교 자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물론 학교간 협력을 강화한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