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좋습니다. 날씨가 따듯합니다. 하늘은 높고 푸릅니다. 하루를 좋은 날씨 속에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일이라 수업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은 좋은 하루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어제는 원로선생님들이 돋보이는 날인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교문지도를 위해 일찍 오신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어제 야간 자율학습시간에는 명예퇴직을 앞둔 원로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야자시간마다 매일 같이 교무실을 지키는 교무부장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50을 넘기신 선생님들입니다. 50대의 나이가 뭐가 많느냐, 뭐가 원로냐 하실지 모르지만 우리학교에는 교장선생님을 제외하고는 50대가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입니다. 언젠가 경제논리에 의해 연세 많으신 선생님들을 학교 밖으로 몰아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50대 선생님들께서 60대를 대신해서 모든 면에 모범을 보이시니 그나마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밤 9시쯤 되어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갑상선으로 인해 고생하시는 원로선생님께서 고심 끝에 명예퇴직 신청을 하셨습니다. 갑상선에다 허리까지 아프시고 심장까지 나빠진 상태입니다만 끝까지 자기의 몫을 다하시는 선생님을 볼 때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명퇴를 하시겠다고 하기에 간곡하게 만류를 했습니다만 얼마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면 신청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 선생님께서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담임, 비담임 할 것 없이 야자감독을 하도록 하는 학교장 방침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우쳐 줍니다. 최 선생님의 건강상태면 야자감독을 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모범을 보여 주시니 정말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 선생님께서는 수업에도 너무 모범이십니다. 저 멀리서 지나가면 최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차랑차랑합니다. 글씨도 반듯하게 너무 잘 쓰십니다. 선생님에게서 독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마 젊은 선생님들께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 선생님께서는 맡은 청소지도에도 모범을 보이십니다. 청소지도를 하기에 앞서 먼저 청소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루는 아침 일찍 오셔서 계단을 쓸고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때는 현관 청소를 지도하십니다. 종종 청소구역에서 함께 청소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십니다.
1년 내내 교무실에서 말이 없으십니다. 선생님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치십니다. 답답한 모습을 볼 때도 침묵으로 지켜보십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선생님들에게 깨우쳐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좋으신 선생님께서 건강상 그만 두시겠다니 정말 답답합니다. 정말 슬픕니다. 정말 속상합니다. 이상하게도 좋으신 선생님마다, 좀 더 계셨으면 하는 분들이, 학교에 힘이 되어주시는 선생님들께서 제 주위에서 일찍 교직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아쉬워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튼 최 선생님께서는 건강관리 잘 하셔서 그 좋은 모습을 후배들에게 계속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어제 야자시간에 ‘죽을병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라.’ 고 말씀드렸습니다.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최 선생님 힘내시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