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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원들의 상경투쟁을 엄벌하겠다는 발상에 앞서

교원평가 및 교육부의 여러 가지 교육정책들에 대한 반발에 기인하여 현장의 일부 교사들이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장의 한 교사로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못 이 땅의 교육현장이 갈등과 투쟁의 모습으로 보여질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최근 우리 교육계는 여러 가지 교육정책의 난맥상으로 심한 홍역을 앓아 왔다. 그 결과는 오롯이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전가되어, 교육현장이 교육 본연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이 모든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갈등의 씨앗 과연 누가 제공했는가

과연 최근의 교육부의 교육정책들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부터 진지하게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정책은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그런 정책이 반영될 일선 학교 현장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 교육정책들은 그런 학교 현장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열린교육, 수행평가, 방과 후 학교, 그리고 교원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에서부터 갈등을 불씨를 안고 있는 정책에 이르기까지 정작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주체들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교육을 이끌고 갈 교육주체들은 빠져버리고 제삼자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꼴이 되고 보니, 그런 정책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한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교사들의 무사안일을 탓하기 전에 과연 학교현장에 반영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책임부터 철저하게 묻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화의 장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근간에 겪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의 혼란은 무엇보다 쌍방향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구조적인 모순에 있다. 교육행정과 일선학교 현장이 서로가 맞물려 돌아가는 협의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를 먼저 앞세우는 일방향 의사소통에 기인한다 할 것이다.

교육행정가들의 집합체인 교육부는 행정의 논리로만 학교현장을 바라보고, 무조건적인 일 방향 정책결정과 시행을 주장하면서 일선학교 현장을 억눌렀고, 학교현장은 현장대로 그런 논리에 앞서 교육의 잣대에서 학교 현장을 해석하려고 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이미 구조적으로 내재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교육계가 빚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의사소통 부재의 구조적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선 학교 현장의 한 단면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날로 늘어나는 행정적인 잡무로 요즈음 일선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수업보다는 공문수발에 더 힘을 빼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거 원 우리가 무슨 일반 행정 공무원도 아니고, 시시때때로 내려오는 공문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
“맞아요, 불과 몇 시간에 전에 공문을 보내놓고 바로 보고하라는 식의 행태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어요.”
“모두 다 학교현장을 무시하고 늘어놓은 방대한 교육정책들 때문이지…”

모든 것을 교사들의 무능력의 소치로 돌리겠다고…

경찰과 검찰도 교사들의 투쟁을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사전에 투쟁 사태를 막고자 상경하는 교사들을 엄벌로 다스리겠다고 공언했고, 당해 학교 관리자들마저도 상경을 허락한다면 경고조치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단단히 각오를 한 모양이야, 이거 원 교사들의 입을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심사인지…”
“자신들이 먼저 일방 통고해 놓는 식으로 일을 해 놓고는 모든 책임은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전가시키겠다는 저런 의도부터 철저하게 막아야 해요. 무조건 교사들의 무능이고 잘못인지 이 기회에 검증해 볼 필요도 있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무조건 상경하겠다는 생각은 조금 교육자로서 본질을 벗어난 행동은 아닐까.”
“어차피 교사도 노동자로 취급받는 시대에, 무슨…”

다소 과격하신 선생님들은 상당한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제까지 조용하게 아이들만 가르쳐 오신 선생님들도 교육부의 심사에 은근히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하며, 한편으론 그런 교사들의 섣부른 행동에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투쟁인지 대화의 현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자리라도 마련하여 이 땅의 수많은 교사들의 가슴속에 묻고 있는 한스런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 자리가 자칫 폭력과 투쟁의 이미지로만 비춰질까 두렵다. 정작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성심을 다하시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상처를 받으실까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언제부턴가 이 땅의 교사들은 무능과 안일의 표본으로 꼽히는가 하면, 한편으론 아이들이 선망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으로 뽑히기도 한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말해주기라도 하듯, 일선 학교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이 혼란과 무질서를 정작 우리 교육주체들의 힘으로 완성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본다면 너무 섣부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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