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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


오늘 아침은 온도가 많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손가락이 저려오는 것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중부지방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11월의 끝자락인 조용한 아침입니다. 혹시 이 달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11월을 잘 마무리하시고 금년 마지막 달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어제 우리학교에서는 3교시째 3학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울산여성회 성교육 강사 12명이 오셨습니다. 울산여성회 인권복지위원장이신 강진희 강사님을 비롯하여 12명이 각 교실에 한 명씩 들어가셔서 성교육에 관한 강의를 하셨습니다.

사전에 보내주신 성교육안을 보니 학습내용이 성심리와 성충동의 의미, 남녀의 성심리와 성충동의 차이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와 평등의식, 성충동에 대해 바르게 대처하는 방법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 교육안을 보니 학습내용은 성폭력이 무엇인지, 성폭력의 예방과 대처 방법, 성매매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성매매 대응방법과 예방법 등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강사님께서는 모두 한결같이 우리학교 선생님 못지않게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의 듣는 태도도 진지했습니다. 한 교실에는 칠판에 ‘나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 ‘내 몸이 그렇게 값싼 몸이 아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저에게 와 닿았습니다. 자신의 몸이 귀함을 강조하면서 자기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인 것 같았습니다.‘남자 친구들의 속삭임에 속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강의에 방해가 되지 않게 골마루에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또 한 교실에는 ‘사귄지 얼마 만에 임신했나요?’ 1년 35%... ‘임신했을 때 나이는?’ 23-25세 32%... ‘남자 친구의 나이는? 26-28세 37%...이렇게 칠판에 붙여 놓고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임신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친구의 나이도 고등학교 시절의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학생시절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해서 열심히 강의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학교에서 부탁한 것도 아닌데 울산여성회에서 자진해서 학교에 요청을 해온 것입니다. 아무런 보수 없이 학생들의 성교육을 통한 바른 삶,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애쓰시는 그분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엊그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약국을 하고 계시는 친척인 약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임신여부 확인을 위해 약국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학교 교복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입니다만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온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언니를 핑계대면서 온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아닙니까?

앞서 한 강사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자기 몸이 절대 값싼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몸을 값싸게 취급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나 잘 생기고 매력이 있고 끌리는 남자에게도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인 남자친구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온갖 감언이설로 접근하고 유혹해도 넘어가면 안 됩니다. 학생인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진짜처럼 들리지만 진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짜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인 남자친구의 이야기가 진실처럼 들리지만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학생인 남자친구의 이야기가 꿀처럼 달콤하게 들리지만 그 속에는 쓴 독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남자친구에게 절대 속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남자친구에게 자기 몸을 값싸게 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남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남자친구에게 생명을 걸어서도 안 됩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자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자기의 생각이 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너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너무 순간적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인 남자친구는 너무 돌발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야자시간에 1학년 한 교실에 들어가니 칠판에 ‘남자친구가 자기와 다르다는 점 때문에 사랑할 만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생시절에는 무엇이든 사랑할 만한 이유가 됩니다. 무엇이든 끌리는 이유가 됩니다. 그러니 자제하지 못하게 되고 유혹에 빠지게 되고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남자친구는 그야말로 친구로 끝나야 합니다. 그 어떤 약속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주고받는 것도 없어야 합니다. 그 어떤 말에도 귀를 기울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요구도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허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소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강의하신 선생님은 임신할 때 나이가 23세에서 25세가 32%나 되고, 26세에서 28세까지가 28%이며, 20세에서 23세가 21%이고, 20세 미만은 5%라고 칠판에 자료를 붙여놓았더군요. 이 강사 선생님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임신했을 때 나이의 20세 미만은 5%에 불과하니 거의 학생시절에는 결혼도 임신도 하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또 임신했을 때 남자친구의 나이는 26세에서 28세가 37%이고, 29세에서 31세가 35%이고, 23에서 25세가 14%이며, 20세에서 22세까지가 10%이니 20세 미만은 약 2%에 불과함을 보게 됩니다. 이를 보면 거의 학생시절의 남자친구는 결혼대상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 자기관리 잘해야 합니다. 정조를 지켜야 합니다. 정결을 지켜야 합니다. 순결을 지켜야 합니다. 깨끗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값비싼 몸을 가치 있게 보존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지혜롭게 잘 넘겨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그래야 생각도 깨끗해집니다. 그래야 생활도 깨끗해집니다. 그래야 결혼적령기 때 행복한 생활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 ‘내 몸이 그렇게 값싼 몸이 아니다’라는 말을 귀담아 듣고 가슴속에 깊이 새겨 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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