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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따뜻한 격려자, 위로자입니다

선생님, 지금은 12월 첫 주일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창밖에 보이는 푸른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산이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평온한 아침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찬란한 한 폭의 그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2월 첫날에는 구름으로 인해, 찬바람으로 인해 마음도 차갑고 몸도 차가웠지만 지금은 구름 뒤의 가려진 태양이 제 모습을 나타냅니다. 햇살은 화려합니다. 찬란합니다. 눈부시도록 환합니다. 온 산을 빛나게 합니다. 온 마을을 환하게 합니다.

어제 오후에는 우리학교에서 수고하시는 기간제 선생님 한 분이 결혼을 하였습니다. 결혼하는 장소가 울산에서 달동네로 알려진 언덕 위의 교회였습니다. 찾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친목회장님과 1년 부장선생님과 함께 같은 차를 타고 갔습니다. 몇 번이고 물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아 갔습니다. 차는 막히고 거기에다 공사도 하고... 그래도 저희들보다 먼저 오신 선생님도 계시더군요.

결혼하시는 이 선생님께서는 새 힘을 얻어 새롭게 출발하는 결혼 행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동안 자신을 덮고 있는 그늘진 어두움이 있었다면 이제 벗어나 신혼생활이 화려했으면 합니다. 태양처럼 힘들고 괴롭히는 구름에서 벗어나 결혼생활이 찬란했으면 합니다. 눈부시게 환했으면 합니다. 돋는 햇볕 같아서 점점 빛나서 원만한 광명에 이르렀으면 합니다.

저는 어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읽고 음미해 보았습니다. 이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저는 이 시를 읽고서 사람은 누구나 그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늘이 없었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자기 나름대로 그늘 속에서 살아왔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정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그늘을 사랑하고 그늘이 있는 학생을 사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햇빛을 누리는 학생보다 누구나 다 싫어하는 그늘을 안고 사는 학생들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그늘진 학생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격려자, 따뜻한 위로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늘을 가진 사람이 다 그늘지게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늘같은 구름 뒤에 햇빛은 더욱 맑고 눈이 부시듯이 그늘 뒤의 햇빛 안은 학생은 더욱 빛나고 부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나무 그늘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 그늘에서 아름다운 세상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고 재충전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늘이 있습니다. 학비를 제때 내지 못해 힘들어하는 가난의 그늘에서 짓눌리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가 제대로 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떨어져 사는 그늘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부모를 잃은 그늘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친구간의 문제로 그늘진 학생도 있습니다. 학력저하로 인해 그늘진 학생도 있습니다. 남이 가진 건강을 가지지 못해 그늘진 학생도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그늘을 지닌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늘진 학생들이 잘 자라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인디언 옥수수는 여름밤의 그늘에서 가장 잘 자라듯이 우리 학생들도 그늘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늘에서 꽃피는 아름다움이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찬란한 낮에는 돋보이지 않지만 한 밤의 그늘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달맞이꽃’처럼 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고통의 터널을 지나가는 학생들을 외면하지 말고 쳐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늘 때문에 낙심하는 학생들을 안아야 할 것입니다. 그늘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그늘 때문에 기죽는 학생들의 기를 살려줘야 할 것입니다.

한때의 그늘이 그늘다운 그늘이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한때의 그늘이 남에게 안식을 주는 그늘이 되게 해야 합니다. 한때의 그늘이 남에게 유익을 주는 그늘이 되게 해야 합니다. 한때의 그늘이 남에게 위로하는 그늘이 되게 해야 합니다. 한때의 그늘이 남의 땀을 닦아주는 그늘이 되게 해야 합니다. 한때의 그늘이 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늘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늘 때문에 우울해 하지 않도록 해야죠. 그늘 때문에 고통당하지 않도록 해야죠. 그늘 때문에 주눅들지 않도록 해야죠. 그늘 때문에 눈물만 흘리도록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늘 때문에 웃음을 잃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늘 때문에 건강을 망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늘 때문에 공부를 못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내가 가진 그늘이 나를 행복으로 바꾸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내가 가진 그늘이 나를 찬란하게 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내가 가진 그늘이 나를 빛나게 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내가 가진 그늘이 우리를 아름답게 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내가 가진 그늘이 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 모두는 그늘진 학생들에게 그날을 바라보면서 낙심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힘차게 전진해 가도록 그들을 격려하는 격려자, 따뜻한 위로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따뜻한 격려자, 위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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