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에서 묵묵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는 자신의 수업이나 교육할동에 대한 동료교원의 평가와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 조사결과를 자기개발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교원평가는 교원통제나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며, 보수·인사에도 활용 될 수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교직생애를 통해 꾸준히 능력을 개발해 나갈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교육부에서 최근 각급학교에 배포한 교원평가제를 해설해 놓은 자료중의 일부 내용이다.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극히 정중한 표현을 쓴 것만 보아도 최근의 학교정서를 어느정도는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원통제나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만 높아간다. 꾸준히 능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진작에 그런 지원을 하지 왜 이제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역시 의구심이 높아가는 대목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교육여건 개선과 관련한 내용의 언급이 없다. 아니 있긴 있다. 2014년까지 교원1인당 평균시수를 초20시간, 중18시간, 고 16시간으로 감축하겠다고 한다. 왜 2014년인가. 당장 시행되어야 한다. 2014년이면 정부가 두번은 더 바뀔 시기이다. 그때 가서야 겨우 수업시수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지금도 자꾸 악화되어가는 교육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가.
교원평가제 도입과 관련하여 그동안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고 주장해온 교육부가 스스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분명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는 교원의 잡무를 감축하고 수업시수를 경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2014년에 가서야 수업시수 경감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원평가제 도입도 2014년으로 미루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건조성이 안되었는데 어떻게 밀어 붙이겠다는 것인가.
문제는 또 있다. 우수교원확보 및 교원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원양성·승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이 부분은 시행예정시기도 없다. 막연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교원 업무경감을 위한 교무행정 지원인력을 증원배치하겠다고도 한다. 학교교육력제고 사업추진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교원평가제 실시를 위한 제반여건은 아직도 멀었다. 단순히 평가만 하겠다는 것이다.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더니 어디 준비가 다 되었는가. 교원평가제도입 계획이 나온 이후로 학교가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교육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기에 절대로 조급하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2000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뭘 준비했다는 이야기인가. 피부로 느끼는 준비상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준비기간이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듣기좋은 말만 모아놓은 교육부의 해설이다. 말로만 포장해 놓은 것이다. 교원들이 느끼는 것은 아무 준비도 안되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더 준비해야 한다. 여건개선은 뒷전이고 무조건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추진은 도리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지금이라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 준비에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 있다. 예산투입이다. 돈안드는 준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예산투자를 과감히 해야 한다. 교원들의 수업시수경감, 업무경감등의 대책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얇팍한 논리로 교원평가를 포장하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