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험 3일째입니다. 시험이라도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습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출근길은 비구름으로 인해 더욱 어두웠습니다. 스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오니 교실마다 환하게 다가오는 불빛이 희망이었습니다. 교실 창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저에게도 환하게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멀리 4층 열람실에서도 소망의 불빛이 다가왔습니다.
교무실은 어느 때보다 더 조용합니다.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제 책상 위에 갖다 놓은 네 신문 중 지방신문 둘만 큰 제목만 대충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집에서 새벽에 읽은 책에서 '생각'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생각'에 대해 잠기게 됩니다.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과 ‘생각이 넘치는 사람’. ‘생각이 없는 사람’과 ‘생각이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볼 때면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과 ‘생각이 넘치는 사람’들로 나누어짐을 보게 됩니다. 또 ‘생각이 없는 사람’과 ‘생각이 있는 사람’들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기간입니다. 시험이 바로 대학입시에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까? 기말고사를 잘못치면 그만큼 좋은 대학 가기가 멀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런 중요한 시점에 있는 학생들의 태도는 다양하게 나타남을 봅니다. 시험 첫날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학교매점에서 두 학생이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대단했습니다. 시간이 아까워 밖에 나가지도 않고 주문한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시간을 아껴서 공부하려는 것입니다.
또 아침시험이 시작되기 전 아침자습시간에 교실에 둘러보면 교실보다 골마루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차가운 바닥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담요를 걸치고 창문에 서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골마루에 걸어가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생각이 모자라는 학생이 아니라 생각이 넘치는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없는 학생이 아니라 생각이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를 아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시험을 잘 쳐야 대학에 희망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꿈이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비전이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 생각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 생각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인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 생각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노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 생각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의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 생각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장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시험 첫날 세 학생이 점심시간에 교무실에 불러와 벌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가 떡볶기를 컵에 사들고 먹으면서 고성을 지르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다가 학생부 선생님에게 붙들려 온 것입니다.
또 아침 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면 시험기간인데도 자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자리를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과연 생각이 있는 학생입니까? 이런 학생들이 과연 생각이 넘치는 학생입니까? 이런 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분명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모자라는 학생 아니겠습니까? 정말 기말고사가 중요함을 안다면 귀한 시간을 허비해가면서 학생의 신분을 망각한 채 소리지르며 실내화 신고 노래부르며 돌아다니겠습니까? 또 시험이 대입 반영에 중요함을 안다면 시험시간 얼마를 남겨놓고 잠만 자고 돌아다니고 이야기하고 하겠습니까? 이는 분명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모자라는 학생들일 것입니다.
행동은 생각의 반영 아닙니까?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생각이 없으니 무턱대고 행동합니다. 생각이 모자라니 시험을 얼마 앞두고도 잠만 잡니다. 생각이 모자나니 시간이 귀한 줄 모릅니다. 생각이 짧으니 시험이 중요한지 어떤지 모릅니다. 생각이 없으니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예사로이 행동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생각이 없거나 모자라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예사로이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이들에게 깨우쳐줘야 할 것입니다. 생각이 있는 학생이 되게 해야 합니다. 생각이 넘치는 학생이 되게 해야 합니다. 생각이 없는 학생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생각이 모자라는 학생이 되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행동은 생각의 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