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아침 직원 모임시간이다. 각 선생님이 여러 전달사항을 발표하고 있는 사이 휴대폰에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아주 먼 변방의 자리라 살짝 휴대폰을 꺼내 쳐다본다.
“고개 한번 돌려 보세요.”
이게 뭔 소리. 다시 한 번 문자판을 쳐다본다. 고개를 돌리라니. 뭔 의미이지 몰라 정말 고개를 좌우로 한번 돌려보았다. 그러자 조그맣게 열린 문틈으로 아침 조례시간까지 없었던 학생이 쪼그리고 앉아 나를 보면서 환한 미소와 함께 V자를 그린다.
늦게 왔지만 학교는 왔는데 직원 모임이 진행 중이라서 교무실에 들어갈 수는 없다.
"선생님"
하고 작은 소리로 불러보기도 하고, 문을 살짝 두드려 보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여러 신호를 보내도 담임은 전달사항 적느라고 바빠 문 쪽으론 쳐다보질 않으니 자기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그 뛰어난 아이디어로 나중에는 칭찬을 받았지만 그땐 나도 놀라 얼른 손으로 ‘문 닫아라’는 신호를 보낸다. 학생은 문을 살그머니 닫고 사라진다.
우리 반은 성과급제다. 등교시간 기록부가 있다. 오는 순서대로 시간을 적는다. 일찍오면 칭찬을 듣는다. 늦게 오면 늦게 간다. 지각생은 담임에게 눈도장 찍히기 전에는 아직 안 온 걸로 취급한다.
늦게 온 사람은 늦은 시간 곱하기 2만큼 봉사하고 간다.
"차라리 매 맞고 빨리 갈렵니다."
라고 주장하는 학생이 제법 있는 걸 보면 이 제도는 성과가 확실히 있나 보다.
"선생님은 폭력교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 걸레로 바닥만 닦지 말고 마음도 닦으세요."
"벌이라 생각말고 수양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합시다."
이제 학생들도 이 문구를 다 외운다. 이렇게 찌지고 볶다 보니 벌써 한해가 다 지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