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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책과 일상


아침이면 전날 준비한 밥솥의 밥을 퍼서 공기에 담고 냄비속의 국을 데워 대접에 넣고, 냉장고속 반찬통에 채곡채곡 넣어둔 반찬을 꺼내 상위에 놓는다. 믹서기에 우유, 홍삼엑기스, 수삼, 땅콩, 사과, 꿀 때로는 건포도를 넣고 갈아서 만든 우리집용 보신쥬스 또한 식구수대로 상위에 놓는다. 음식궁합이 어떤지는 차차로 찾아보기로 하자. 여러 종류의 먹거리가 섞여서 전체적으로 맛이 부드럽고 입에서 잘 받아들이니 음식궁합도 그런대로 어울릴 것이라고 짐작하며 ‘음식간의 상극은 없겠지’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몸이 찬 우리 식구들에게 홍삼엑기스는 열심히 먹어야 할 보양식이지만 맛이 쓰기 때문에 따듯한 물에 꿀을 넣어 열심히 권했지만 환영받지 못해 한동안 구석에 놓여져 있었다.

우리집 식구들은 우유에 수삼, 땅콩이나 호도, 사과, 꿀을 넣은 쥬스를 좋아한다. 때로 건포도나 삶은 고구마 등을 땅콩이나 호도 대신 넣어도 아주 좋아한다. 가을이면 친정아버지는 딸네 식구들을 위하여 늘 수삼을 보내주는데 우유에 수삼과 사과를 넣은 쥬스를 만들어준 후부터 열차나 보내주신 수삼이 세달 만에 동이 났다. 할 수없이 한구석에 놓여있던 홍삼엑기스를 시험삼아 넣어보기로 했다.

필자 생각에 사과와 삼은 우유에 꼭 넣어야할 궁합맞는 음식이다. 필자의 식구들은 우유에 거부반응을 보여 우유를 마신 날은 탈이 많았다. 사과는 소화를 잘 시키는 과일로 익히 알려진 터이며, 인삼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나머지 음식은 계절에 맞는 것, 집에 늘 남는 것들을 섞어 넣는다. 고구마를 넣고 먹어 보니 아주 맛이 있었다. 고구마도 떨어지고, 수삼도 떨어져서 할 수 없이 넣어본 홍삼엑기스는 우유, 사과와 섞여 쓴맛은 사라지고 오히려 맛 전체를 부드럽게 하고 우유커피의 부드러운 색상과 은은한 고소함까지 느끼게 하였다. 홍삼쥬스도 아침마다 환영받는 우리집 보양식이 되었다.

환영받는 보양식?

필자는 부부가 모두 일을 가진 집이 그러하듯이 집안 일과 직장의 일로 일상이 바쁜 편이다. 또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과 관련된 책을 읽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가 좋아하는 교양서적을 읽으려면 주어진 시간 사이의 조각조각을 이용해야 한다. 요사이는 소파에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를 놓고, 화장실에는 카슨의 ‘침묵의 봄’을 잡지꽂이에 놓고 짬짬히 읽고 있다.

카슨의 ‘침묵의 봄’을 앞 머리 몇 쪽만 읽고 있는 이즈음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두렵고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차거운 머리를 지닌 과학자가 따듯한 가슴으로 절절히 써내려간 글 속에 인간이 만든 재앙에 대한 경고가 빼곡이 들어있다.

하나의 식물의 성장을 위해 넣는 화학비료와 그 하나를 위해 없어져야 할 잡초와 곤충들을 없애기 위한 뿌린 약품들이 보기에는 토실토실 풍성하게 열매맺는 풍요를 선물하였지만 토양에 쌓이고 쌓여 식물과 그를 먹는 동물 그리고 인간에게 해를 주고 있단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식물에 넣는 약품은 그 하나의 식물에는 한 가지 종류일지라도 주변 다른 식물들마다 다른 약품을 써야하므로 그 약품들은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소량을 사용할지라도 인근의 지하수나 물웅덩이에서 섞여 맹독의 독극물을 형성하기도 한단다. 자연의 태양빛과 바람 그리고 여러 물질의 약품이 섞여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맹독의 물질을 생성하여 주변의 생명체들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실험실에서 ‘무해’하다고 판정된 것들이 공기나 태양열을 촉매제로 하여 강이나 호수 혹은 식탁에 놓인 한 컵의 물속에서도 매우 위험한 물질을 만들어 질수 있음을 관련 전문가들은 알고 있단다.

우리 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야채나 과일을 섞어 마시는 이 쥬스에도 다양한 화학약품들이 섞여있을 것이며, 이러한 것들은 외부에서 비록 무해하다고 가정한다고 할지라도 인체에 들어가서 또한 어떠한 변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 토양이 견디어내고 스스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정도의 화학약품의 양은 얼마이며, 토양과 마찬가지인 인체도 얼마를 버틸 수 있으며 어느 정도에서 극복되어 더 강해지고, 혹은 무너지는가? 아기를 가진 엄마들에게서 보고되는 수많은 이상사례와 예전에 극히 적거나 없었던 질병들의 발생도 이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

자연을 정복하고 인간의 풍요를 위해 달려왔던 수많은 노력의 일환이었을 인간만의 편의, 인간 중심의 경작, 살충, 제초 등의 행위가 춥거나 더운 모든 땅에서의 밀의 재배를 가능하게 하고, 이모작과 보다 튼실한 벼의 생산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여 전쟁보다 더 무서운 먹거리 부족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더라도 인류를 해방시켰지만 숨쉴 여지 없이 혹사당하고 귀챦거나 인간에게 소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고 사라진 수많은 생명들의 깊은 어둠이 이제 인간에게도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일부 지역에서 조류에게 발생한 질병으로 조류와 더러 다른 동물들이 무더기로 땅에 묻히며, 그를 행하는 사람들에게 소독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뿌려지는 그 약품들은 카슨에 의하면 4,5년 혹은 십수년 동안 그 지역 토양과 공기, 물을 오염시킬 것이며, 또한 훈련되지 않고 투입된 사람들과 지역 생물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4피트 이하의 관목에 뿌리라는 약품을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무지와 미숙으로 8피트 나무까지 뿌려놓은 결과 모든 식물들이 말라죽었으며, 더러 실수로 빠트리고 지나간 자리엔 훗날 그나마 생명을 볼 수도 있었단다.

이것은 바이러스 그리고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소독이라는 또 다른 독극물과의 전쟁이 아닐까?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화생방 전문가의 지휘 하에 훈련된 전문인들이 전투태세에 임하는 복장과 자세로 처리와 해독까지 담당해야 할 것 같다. 또한 과학자들은 과정이 끝난 후 공기와 토양, 지하수의 오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태를 예측하고 변화의 추이를 계속 연구하며 피해의 최소화와 회생과 재생의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질병이 발생한 지역만에 한정된 재앙은 아닐 것이다. 이 지역의 참혹한 일은 서로의 왕래가 지극히 편해진 요즈음 반대편의 어느 나라에서 발병한 것의 여파로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모르며 또 어디엔가에 영항을 미칠 지도 모른다.

잡초와 해충이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해진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 잡초는 보양의 먹거리가 될 수 있으며, 해충은 익충이 될 수도 있다. 얼마전 TV에서 방영된 천적농법에서 이 분야에 독보적인 농학자는 잡초와 해충을 함께 놓고 연구하고 있었다.

조물주는 왜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조차 이롭고 해로운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를 만드셨을까? 빠르고 편리한 21세기 문명을 열어놓은 인간은 지난 세월 만들어놓은 환경재앙이 빠르고 무섭게 퍼져나가 공멸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간 자신만의 것으로 꼭꼭 닫아놓고 남들이 볼세라 담을 높이높이 쌓았던 것으로부터 서로서로 터놓고 서로서로 도와야 할지 모른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사막화가 갈수록 짙은 황사를 유발하므로 한국과 일본이 원성을 보내기보다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러 나서고, 사스가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 견제상태에 있던 국제학자간의 공조가 그 예이다.

이제 닭과 오리 그리고 소와 돼지는 장에 갇혀 꼭꼭거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동물들을 잡아놓고 죽을 때까지 학대한 결과 그 해악이 인간에게 엄청나게 돌아갔으므로 인간은 스스로를 위해 동식물 뿐 아니라 무생물의 돌과 바람과도 상생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들은 사는 동안 지역간의 경계도 없이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먹이를 먹다가 때가되면 판매대에 넘겨져 그 이익을 풀밭과 벌레를 함께 제공한 지역들이 서로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보다 정화된 환경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간의 협조와 조정이 필요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이좋지 않던 이웃 지역들이 마주하고 협력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웃에 질병이 발생했다고 인근의 지역 모두가 걱정이 태산이다. 공기로 전염이 되든 새의 분비물로 전염이 되든 나 혼자만 문닫고 앉아있다고 안전할 것 같지는 않다.

이상적인 인간의 신체는 진화가 늦다고 컴퓨터 칩을 몸에 두르고 진화를 재촉하는 600만불의 사나이가 아니라 가장 건강한 상태의 인간이듯이 이상적인 환경은 자연이 지금까지 진화시켜온 가장 건강한 상태의 자연일 것이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자연의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최적의 상태로 환경에 자신을 맞추며 치열하게 살아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이는 진화론의 다아윈이다.

필자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가 목을 묶인 채로 늘 몸을 둥글게 말고 주저앉아 있다. 지져분한 몸, 공허한 눈. 설원에서 썰매를 몰며 힘이 넘치게 살아야 할 것을 데려와 꼬리를 흔드는 애견으로 만드는 일이 인간에게도 좋은 일일까?

강원도 모대학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기형의 고라니가 들어왔다. 다리가 다섯인데 세 다리는 튼실한 상태이나 나머지 다리는 매우 가느다란 두개의 다리이다. 등뼈의 상태도 기형이다. 다른 동물에게 물어뜯긴채로 지내다가 잡혀왔는데 그런 상태로 어떻게 살았을까? 어제 TV에서 보았다.

이러저러한 책을 읽고 있는 요즈음에 새삼스럽게 다시 보이는 주변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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