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하우스를 나와서 기차표 예매소로 갔다. Shantiniketan 가는 오전 11시 10분 기차표를 예매했다. 130루피. 30루피는 수수료였다. 하우라역 출발이다. 하우라역까지는 택시로 70루피 정도란다. 3루피면 버스로 갈 수도있다. 내일(화요일) 쌴티네케탄에 갔다가 모래(수요일)에 와야겠다. 샨티네케탄엔 타고르가 세운 대학이 있기 때문에 꼭 가고 싶었다. 그 다음 목요일 하루 쉬고 금요일부터 봉사활동을 하자.
아침에 일찍 미사에 참여하려면 alarm clock(자명시계)이 있어야 할 거 같다. 시계점에 들렀더니 작은 것은 70루피(1800원정도), 조금 큰 것은 110(2800원정도)루피란다. 봉사를 신청한 두 여대생 중 하나는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 마치고 휴학중이라 했고, 또 한 학생은 한양대학교 중국어과 3학년이라고 했다. 서인천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며 인하대 학생은 만수 3동 성당 신자라고 했다. 지금은 옮겼지만 나도 전에 만수3동 성당에 적을 두기도 했었다. 나의 집도 만수동인데 인도에서 동네 학생들을 만난 것이다.
40여일 전 델리로 들어와 여러 곳을 들르며 캘커타 까지 왔다고 한다. 1월 19일 켈커타공항을 떠나 태국으로 가서 열흘 정도 있을 예정이란다. 그들은 내 숙소에서 30여 m 떨어진 Ashok G.H에 머문다고 했다. 봉사활동 신청을 마치고 Mother House에서 Shudder St.까지 같이 걸어 왔다. Shantiniketan에 다녀와서 한번 숙소로 들리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내 숙소 내 방 옆에 온갖 것이 마구 버려진 헛간 같은 곳이 있어서 살펴보니 별 것이 다 있었다. 찟어진 배낭, Train at a glance라는 인도 철도국이 발행한 낡은 기차 시간 안내 책자, 중앙 M.B에서 발행한 반 쪽 짜리 ‘인도 백배로 즐기기’, 영문으로 된 농업관련 서적 ‘Agriculture`, 독일어 소설 나부랭이 등등이 어지럽게 쳐박혀 있는데 Charles Dickens의 Oliver Twist와 L.M Montgomery의 `Emily of New Moon`이 있었다. Oliver Twist는 기차나 비행기에서 읽으면 심심풀이가 될 것 같아서 낡아서 바스러질 것 같은 책을 쓰레기통에서 건져놓았다. 디킨스의 문체가 무척 끌렸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쉬다가 밤 10시는 되어서 밖으로 나와 Internet Cafe에 들러 메일을 확인하고 인천 남동구 문인회인 남동문학 카페를 방문했다. 내가 어제 보낸 메일은 아내는 아직도 확인하지 않고있었다. 남동문학에 내가 지금 인도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김묘진 회장이 연재하는 인도 여행기에 꼬리글을 달았다. 1시간 쯤 인터넷을 했는데, 마감시간이란다. 요금은 10루피였다.
밖으로 나오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점점 강해진다. 겨울철엔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는데 제법 많은 양이다. 이젠 먼지가 좀 씻겨내려갔을까. 먼지와 소음의 도시라고 느꼈던 캘커타. 저 빗줄기가 나뭇잎, 지붕, 공기 중의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내렸으면 좋겠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데 밤 거리의 개들이 열심히 쓰레기통을 뒤져 부지런히 먹을 것을 찾는다. 낮에는 죽은 듯이 길바닥에 누워있다가 밤이 되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나보다.
인도의 최대 청소부가 저 개와 까마귀와 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아무데나 마구 버린다. 그러면 까마귀, 개, 쥐가 웬만한 것은 다 먹이로 취하는것 같다. 이를테면 생태적인 도시인지도 모른다. 캘커타에 소는 그리 많지 않다. 바라나시 같이 길거리에 소와 양이 많은 도시는 소와 양이 거리의 청소부 역할을 다 할 터이다. 농작물의 무농약 재배처럼 캘커타가 친환경적으로 돌아가는 지도 모를 일이다. 썩기도 전에 모든 찌꺼기가 다 먹이로 취해질 테니까.
밤 12시가 임박한 지금도 까마귀 소리가 계속 들린다. 비가 오기 때문일까. 비가 오기 때문에 까마귀들도 잠이 들지 못하는 것일까.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담요한 장 뒤집어 쓰고 자던 집 없는 사람들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어디로 피신했을까.
죽은 쥐를 까마귀가 열심히 뜯어먹는 것을 보았다. 캘커타의 저 더러운 거리가 그래도 위생적으로 별로 문제가 없는 것은 까마귀와 개와 쥐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심의 작은 공원이나 건물 옆의 공터를 잘 보면 수십 개의 구멍속으로 쉴새 없이 쥐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볼 수있다. 삐죽삐죽 대가리를 내밀고 있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구멍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쥐들. 이 대도시에 거대한 쥐의 군단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썩기 전에 모든 음식 찌꺼기를 거두어가면서.
개들은 또 누가 기르는 것 같지도 않다. 주인도 없이 길거리에서 자고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길거리를 집 삼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이 따로 있어 챙겨주거나 돌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불룩하게 새끼를 밴 개도 있고 주렁주렁 새끼를 달고 있는 개도 있다. 길거리에서 살며 발정기가 되면 저희들끼리 야생개처럼 교미하고 새끼낳고 거리에서 새끼를 키우며 또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살고 있는가보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한통 속으로 뭉퉁그려져 있는 도시, 새와 개와 쥐가 어울어져 살아가는 도시. 그래서 타고르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나온 것이 아닐까. 또 Mother Teresa 같은 성인이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아직은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다만 과일도 꽃도 우리나라의 것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꽈리, 무우, 오이까지도 우리나라와 너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