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10분 기차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8시 30분 G,H 를 나왔다. 밤새도록 비는 내리고 까마귀는 밤에도 계속 울어대 잠을 한 숨도 못잤다. 호텔 옆에 큰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그것이 까마귀들의 잠자리라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마 어제밤은 비가 내려서 까마귀들도 잠자리가 뒤숭숭했었던 것 같다. 담요가 다른 호텔보다 얇아서 그런지 추워서 밤새 뒤척이다가 잠 한 숨 제대로 못자고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 하고 소설 Oliver Twist를 읽다가 8시 30분 여관을 나왔다.
Park Street로 가서 하우라역 가는 버스를 탔다. 3루피면 금방 오는 걸 택시를 탔으면 70루피는 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9시 정도 되었다. 두 시간을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인터넷 카페에나 가려고 해도 근처에는 없는 것 같았다. 예매한 열차시간표를 확인하고 이리저리 역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일도 지루하다. 까마귀는 역 구내까지 들어와 이리저리 천장 주변을 날아다닌다. 귤 3개를 18루피에(470원) 사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었다. 귤과 포도는 인도에서 비교적 비싼 과일에 속한다.
대기실 한 쪽에 있는 안내소에 예매표를 보여주고 플래트홈 번호를 물어보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만 7번 Platform이란다. 다시 대기실 벤치로 와서 기다리기를 1시간. 배낭을 메고 천천히 7번 플래트홈으로 가니 마침 211번 기차가 구내로 들어왔다. 예매표의 coach(객차)번호는 S1(sleeper)이었는데 sleeper라고 써있는 객차가 있어서 곧 탈수 있었다. seat no(좌석번호) 13번. 안내책자엔 캘카타에서 샨티네케탄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으나 그것은 express train(급행열차)다. 내가 탄 차는 local train(완행열차)이어서 역마다 다 서면서 오느라고 뽈뿌르역까지 오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샨티네케탄으로 가려면 뽈뿌르역에 내려 릭샤로 20분정도 가면 된다. 내가 굳이 샨티네케탄에 가고 싶었던 것은 그곳이 타고르가 세운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이기 때문이다. 그 대학 내에 있는 타고르 박물관을꼭 보고 싶었다. 뿔뿌르역에 내려서 싸이클 릭샤왈라가 안내해주는 대로 갔는데 첫 번째 여관엔 빈 방이 없다고 했다. 다시 찾은 곳이 샨티네케탄 호텔이었다. 250루피에 방을 예약했다. 250루피래야 우리돈으로 6500원으로 큰돈이 아니지만 인도에서 생활을 하다보니까 인도의 생활습성에 젖어서 그런지 그 돈도 큰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호텔에 배낭을 두고 거리로 나와 걸어다니는데 한적한 시골 분위기가 느껴지는 고요하고 아늑한 도시였다. 거대한 규모의 캠퍼스가 있었는데 캠퍼스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길가에 늘어선 가게집을 살펴보았다. 각종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가방, 옷, 수건, 기타 공에품 등이 다채로웠다. 역시 흙으로 구워낸 타고르의 인물상이 가게마다 있고 타고르의 사진도 많았다. 역시 타고르가 이 지역에서 어떤 존재인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여기저기 거리 구경하다가 인터넷 카폐에 들러 메일을 확인하고 승현, 승우에게 메일을 썼다. 날은 이미 어두어져 있었다. 11루피에 egg toast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구슬 목걸이 3개를 30루피에 사고 타고르가 세운 대학으로 갔다. Vishwa Bharati University대학이었다. 나는 캠퍼스를 둘러봤는데 밤늦게까지 노래하며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있는 학과도 있었다. 또 여기저기 어두어진 교정에서 데이트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다시 여관으로 오는데 한 시간 이상 헤매도 여관의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그 대학 의과 대학생이라는 학생을 만나 친절하게 호텔까지 안내를 받았다. 친절한 학생이었다. 우리는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다.
캘커타에서 뽈뿌르까지 오는 동안 계속 밖을 내다보며 왔다. 소떼, 염소떼가 많이 보였고 벼를 벤 논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저기 새로 모를 심기 위해 조성해놓은 못자리도 보였다. 또 모를 심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일렬로 줄을 서서 모를 심는 모습이 우리의 모내기 모습과 똑 같았다. 그러나 못줄을 옮겨가며 심지는 않았다. 여기 저기 주택가나 길가에 돼지의 모습이 보였는데 주둥이가 긴 멧돼지 모습이었다. 저 돼지들의 주인이 있는 것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전기줄에 제비와 흡사한 새가 앉아 있어서 제비인 줄 알았는데 덩치가 더 크고 온몸이 까만 것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와는 모습이 달랐다. 꼬리가 V자 모양으로 갈라진 것이 흡사하기는 했다.
2005.1.12 수
8시 30분에 기상. 세수하고 check out. 밖으로 나와서 걷는데 자전거를 세우고 서 있는 여학생이 꼭 우리나라 사람같이 생겼다. 서로 바라보다가 Hello, Korean? 하고 물으니 아니란다. 분명하게 Indian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마도 인도 북부 네팔이나 티벳 근처 출신일 거라고 짐작을 했는데 무척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안도사람도 무척 친절하다. 이 여자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Kollkata에서 만난 안내인들은 가게를 소개하고 구경이나 하자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대학생은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자전거를 끌기도 하고 내가 앞에 타며 여학생을 태워주기도 하며 한 시간 정도 함께 하였다. 내가 중국 사람을 닮았다고 하니까 조상이 중국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기는 그냥 인도사람이라는 반응이다.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대학원 석사과정 일년 차란다. 자기도 온지 얼마 안 되어 이곳을 잘 모른다며 black tea를 시켜주고 인도의 전통식사인 뿌리를 시켜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자기는 인도의 동북부 시킴주가 고향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숙사를 알려주며 이곳에 한국유학생들도 있다고 곁들였다. 똑똑해보이는 학생이었다.
자전거포에서 20루피에 자전거를 빌려1시간 이상을 이리저리 타고 다녔다. 대학구내도 다 돌아보았다. 中國學院(중국학원)이라는 한자가 걸려있는 커다란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이 학교의 중국학부는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학교 구내에 있는 타고르 박물관은 꼭 보고 싶었는데 그날이 마침 휴관일이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대학 캠퍼스가 무척 넓기는 한데 현대적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여기에 와서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년 퇴직후 일이년 기간으로 이곳에 와서 타고르 연구라도 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샨티네케탄은 자동차는 붐비지 않는데 자전거는 매우 많은 도시다. 말하자면 공해가 없는 청정도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국제적으로 키우려면 이런 곳으로 유학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대로 샨티네케탄은 대충 둘러보았다. 피상적이나마 대학 캠퍼스도 다 보았고 자전거가 중요 교통수단인 한적한 대학도시의 쾌적한 분위기에도 젖어보았다. 하루 더 묵을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특별하게 더 볼 것도 없을 거 같아 다시 캘커타로 돌아가기로 했다.
뽈뿌르에서 오후 1시10분 기차를 탔는데 샨티네케탄으로 갈 때는 4시간이 걸렸는데 올 때는 3시간이 걸렸다. 표도 갈 때는 여행사 수수료 포함 130루피를 주었는데 올 때는 48루피였다. 예매도 필요 없었다. 역으로 와서 바로 표를 사서 그냥 타면 되었다. 나라마다 관습이 다르고 모든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자꾸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비교적 단거리라 그런지 기차내에서도 표 검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 후에 기차를 탔을 때는 엄격하게 표검사를 하는 승무원들을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 어마어마한 국토의 모든 기차에서 검표를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모른다. 모든 구간에서 검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구간에서만 검표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저녁 무렵 캘커타에 도착하여 ATM(현금자동인출기)을 시험적으로 사용해보았다. 달라가 나올 줄 알았는데 루피가 인출된다. 3천루피를 인출하여 Camera memory card를 2000루피에 사고 선글라스를 125루피에 샀다. 노점에서 소형 탁상시계도 하나 샀다. 35루피였다. Mother House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5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100장까지 촬영 저장할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이 카드로 해상도를 조절하여 500장을 찍어가지고 귀국할 수 있었다.
다시 continental Guest House에 1일 150루피에 예약을 하고 나오니 바로 옆 건물에 JoJo Restaurant이 있었다. 인도 안내책자에 소개된 바로 그 식당이라 호기심 반 식사도 할 겸해서 가 보았더니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식사도 하고 음료수도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도 메뉴를 한참 보다가 양이 적은 닭도리탕 정도겠지 하고 clear chicken soup를 시켰더니 밥공기 만한 그릇에 말간 닭국물이 나오지 않는가. 국물만 나와서 clear(맑은)라는 말이 들어간 것 같다. 우리의 삼계탕 국물 비슷한데 양이 하도 적어서 당황할 정도였다. 맛은 삼계탕 국물맛인데 양이 너무 작았다. 다른 것을 하나 더 시킬까 하다가 그냥 35루피를 지불하고 나와버렸다.
이제 어제 Mother House에서 만난 인천 만수동에 산다는 대학생에게 가봐야지. 샨티니케탄에 다녀와서 들른다고 했는데.... Ashok G.H 4층으로 올라가서 한국에서 온 여학생을 찾아왔다고 하니 She is sick.이란다. 방으로 가봤더니 선배라는 학생이 토하고 난리다. 약봉지를 여러 개 들고 의사가 와 있었다. 물과 음식과 날씨(전날밤 비도 오고 해서) 때문에 몸살이 난 것 같았다. 결국 왕진온 의사의 의견에 따라 Royd Nursery Home and Health Care(종합병원)으로 모두 함께 가서 linger주사를 맞는 걸 보고서야 여관으로 돌아왔다.
주사 맞는데만 12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잠은 거기서 자야 할 것이다. 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으면 영수증을 챙겨놓아보라고 얘기했다. 내가 병이 났다면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배낭여행의 기본은 저렴하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여행효과를 보려는 것 아닌가. 생각하지도 않던 경비가 들어간다면 속상할 터.... 그래 “ 병원비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건강이 제일이지 않는가. Mother House에서 하루 봉사활동을 하고 오늘은 못했다고 했다. 빨리 건강해져서 같이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인도의 과일을 맛보고 싶어서 포도 1Kg을 샀다. 검은 포도와 청포도를 섞어서 샀다. 우리나라 포도와는 생김새도 맛도 다르다. 모양은 타원형이고 맛이 더 좋다. 청포도보다는 검은 색 포도가 맛도 더 좋고 가격도 조금 더 비쌌다. 우리 나라 포도처럼 알맹이가 쏙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감처럼 껍질과 속살이 붙어있어서 껍질 채 그대로 먹어야 한다. 속살이 팍팍하고 새콤달콤하여 입맛에 맞았다. 독특한 맛으로 우리나라 어떤 과일보다 맛이 잇었다. 1Kg에 60루피로 다른 과일에 비해 비싼편이다.
인도에서 가장 싼 과일은 바나나다. 작은 것은 1루피 큰것은 1개에 2루피 52원정도다. 100원어치만 먹으면 시장기를 면하기에 충분하다. 그 다음이 찌꾸라는 과일인데 옛날 시골에서 먹던 돼지감자와 비슷하다. 혹시 그 찌꾸라는 과일이 돼지감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값도 싸 1kg에 6루피(156원)다. 이것도 150원 어치만 먹어도 시장기를 달랠 수 있다.
* 타고르가 세운 대학건물과 샨티네케탄 도시 사진이 모두 분실되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