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일제히 토해내는 영어 학원 앞의 진풍경은 매일 저녁 늦게까지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 조기 영어 학습의 광풍이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생들 사이에 불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초등학생 사이에선 너무나 많은 ‘영어능력시험’이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개인 원어민 과외’를 넘어 각종 ‘영어캠프’에 참여하느라 우리의 아이들은 방학이 더 바쁘다.
우선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조기 영어교육 추세가 확산되면서 유치원생들까지 영어능력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영어능력시험 ‘펠트주니어’(PELT junior)의 경우, 응시생이 2001년 6만여, 2002년 14만여, 2004년 25만여, 2006년 26만여명 등으로 2000년 이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제트’(JET) 응시생도 2004년 2만 5천여, 2005년 5만여, 2006년 6만5천여명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계에서는 2008년부터 초등 1,2 학년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의 영어 사교육이 이 제도 때문에 더 강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계획 발표 이전부터 영어유치원이 유행하고 젖먹이까지도 과외를 시켰고, 엄마들은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까지 태교영어노래나 동화를 들려주는 등 영어실력향상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일각에서는 이런 광풍을 조장하는 사회 풍토를 개탄하기도 하지만 영어교육을 하고 있는 나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의 아이들은 세상은 글로벌 인재를 요구하고 능숙한 영어구사능력을 원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어찌 이 광풍을 나쁘게만 비난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중요한 건 영어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이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사교육이나 부모교육을 열심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0여년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실생활에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어쩌면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마구잡이 조기 영어교육을 방치할 수 없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영어 사교육현장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개인과외, 온라인교육 등 조기영어와 관련된 모든 현장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학교 영어교사 교육에만 온갖 관심을 가지고 강조할 게 아니라 이렇게 널리 퍼진 사교육 현장의 영어교사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교육 현장보다 더 훌륭한 영어강사가 사교육 현장에 많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공교육, 사교육 교사를 비교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영어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공교육과 사교육이 함께 가는 게 훨씬 더 영어 능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기영어교육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발적인 동기와 흥미유발을 길러주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영어교육보다도 더 중요하다. 좀 더 어려운 영어문법을 이해해야 하고, 긴 텍스트를 읽고도 핵심을 파악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기초단계인 조기영어단계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국어 교육에 대한 폭넓은 전문지식과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영어교사와 이들과 함께하는 어린 학생들의 조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다같이 영어전문가에게만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다같이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