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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내 생각의 정원에 심은 책

사람들은 힘들 때 무엇을 찾을까? 누구를 찾을까? 어디로 도피할까? 내 존재가 사람이니 당연히 사람을 찾아야 마땅할 것 같은데 찾아갈 사람을 두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드는 요즈음. 같이 웃던 친구들, 마음을 터놓고 산다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친구들도 많건만 막상 마음이 힘들 때는 찾아 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픔을 토로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고 학대하다 못해 자신을 놔버려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심리학에서 에릭슨에 의하면 장년기(성인 후기:45세~65세) 심리․사회적 발달의 특징을 생산성 대 침체성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의 발달과업은 직업적으로는 최고 수준에 이르는 시기이고, 가정적으로는 텅 빈 가정에 적응하기, 배우자의 사망에 대처하기, 자녀 및 손자녀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보고 있다. 이를 잘 이뤄내면 생산성을 취득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침체성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침체성을 좀더 깊고 넓게 확대시키거나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장 힘들 때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고 철저하게 내 아픔의 원천으로 깊이 들어가 그 아픔 속에 빠져서 상처를 도려내는 작업을 통해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고름을 파내는 칼을 들이대며 피눈물을 쏟아낸 후에야 세상과 하늘을 보기 위해 외출을 하곤 했다. 그 다음 찾아가는 곳이 <책>이라는 말없는 친구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동병상련의 글귀에서 깊은 위안과 어루만짐을 통해 내 아픔을 토해 놓고 위안을 받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것이다. 사람보다 책을 더 좋은 친구로 삼고 사는 내 삶의 자세는 현대인의 병이라고 하는 우울증의 징후를 지녔다고 스스로 단정한 지 오래이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 나는 그 오랜 친구를 다시 찾았다. 2001년도에 졸업한 제자가 선물한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의 목록에 들어있는 <생각의 정원 가꾸기>라는 책이다. 영국 출신인 작가, 제임스 알렌이 38세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회사 생활을 접고 글쓰기에 몰두하여 인간의 정신적 평화와 행복을 찾는데 필요한 원칙을 찾아 펴낸 책이다. 알렌은 풍부한 영감을 지닌 19권의 책을 발간하여 현대 명상 문학의 원조라는 말을 듣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어 일천만 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생각의 정원’에 비유하여 짧고 유려한 필치로 봄날의 이슬비처럼 가만히, 조용히 내려서 대지를 적시듯 다가온다. 그의 속삭임은 상처로 우는 사람들의 내면을 은밀하게 어루만져주면서도 결코 아프지 않게 주사를 놓아주는 간호원처럼 다정하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잘못을 반성하며 미리부터 눈물을 보일 때 강도가 높은 꾸지람을 하는 것은 무모한 방법이다. 그는 상처받은 영혼이 아파할 때 어떻게 다가서서 그를 위로하고 달래면서도 다시 일어서게 할 것인지를 짧고 분명한 언어로 가르친다.

‘인간의 마음은 아름답게 경작될 수도 있고, 쓸모없게 방치될 수도 있는 정원과 같다. 그러나 경작되건 방치되건 간에 싹은 반드시 돋아난다. 잡초 씨가 정원에 떨어졌다면 저원이 잡초로 부성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원사가 잡초를 뽑아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꽃과 과일을 재배하는 것처럼 인간은 뒤틀리고 쓸모없는 불순한 생각의 잡초들을 제거하고, 바르고 유익하며 순결한 생각의 꽃과 과일을 완벽하게 키울 수 있다. 육체는 생각의 하인이다. 신중하게 고려한 생각이든 즉각적으로 표출된 생각이든 육체는 생가그이 작용에 따른다. 방탕한 생각은 육체를 급속히 쇠약하게 한다. 반대로 즐겁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면 육체는 발랄하고 아름답게 장식된다.’

짧은 경구와 칼날 같이 날카로운 직선적인 묘사로 다른 길로 빠져 나갈 틈을 허락하지 않고 한 길로 몰고 가며 좋은 생각을 강조하는 그의 속삭임은 위로 받고자 찾아온 나의 변명과 넋두리에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럴 듯한 변명과 합리화를 받아 주지 않는 매우 엄격한 스승의 지리에서 한 발자국도 내려서지 않고 책의 끝까지 나를 몰고 가서 굴복시키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속삭임에서 빠져 나온 순간, 매를 맞았다는 생각보다는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굵은 소금을 바른 느낌으로 쓰리면서도 시원함으로 다시 태어난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이다.

마지막까지 나의 시선을 고정시킨 그의 속삭임을 금언으로 삼으려 한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자신을 다스릴 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맞추는 법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은 그의 영적인 힘을 존경하고, 그를 귀감으로 또한 의지처로 삼게 된다. 마음이 고요해질수록 성공,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 선행을 베푸는 능력은 더욱 커진다. 이런 축복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비가오든 햇빛이 비치든 어떤 변화가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항상 온화하고 평화롭기 때문이다. 생각을 통제하고 생각을 맑게 정화하는 현명한 사람만이 감정의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다.’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 날마다 감정의 폭풍우를 만나고 일으키는 교실에서 교사에게 꼭 필요한 책이며, 화나고 힘든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조용한 산사의 새 소리처럼 맑은 언어로 다가오는 제임스 알렌의 책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제임스 알렌 지음/박인출 옮김/물푸레/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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