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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우리반 쿨쿨존


쿨쿨존은 수업 중에 학생들을 배려하여 잠을 잘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만화책도 볼 수 있고,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한 간단한 음료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지역이다. 아울러 손전화를 이용하여 문자나 게임 정도는 할 수 있다. 교실의 맨 뒤쪽에 돗자리를 펴놓아 수업시간 동안 쉴 수 있도록 마련한 휴식 공간인 셈이다.

쿨쿨존을 설치하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어느 한 반에서 수업 중이었다. 잠자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한 명 한 명 학생들을 깨워 일일이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남학생 한 명이 잠자고 있었다. 건장한 남학생으로 소위 말하는 주먹이 짱인 학생이었다. 말 그대로 잠자는 사자를 건드린 탓일까? 그 학생은 일어나면서 대뜸, "어떤 개X끼야," 하면서 팔을 뿌리치는 것이 아닌가. "....." 나 역시 놀랐고 황당했다. 아마도 그를 깨운 사람이 옆 친구인 줄 알았나 보다. 나는 그만 분을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물론 나의 경거망동이었고 순전히 내 잘못이다. 폭력을 행사했으니 말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학생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심야에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었다. 늘 상 수업중에 잠만 자곤한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그냥 모른체 지나가곤 했었단다.

또 한 번은 수업중에 음식물을 섭취하는 학생이 있어서 하지 못하도록 세 네 번 권고를 했으나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다음 시간에도 수업중에 떡볶이에 아이스크림까지 들고 들어왔다. 결국 야단을 치다 그만 부끄럽게도 또 폭력을 행사한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 그 학생과 화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마음 속에 큰 앙금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학생들과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이를 못하도록 감시하고 제지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일 뿐,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 그릇된 행동을 못하게 지도하다보니 다른 학생들의 수업 진행은 사실상 어렵게 되어 손해가 될 수 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는 보건실과 휴게실이 있다. 하지만 그 많은 학생들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좁다. 때로는 학생들을 보건실로 보내지만, 학생들이 자리가 없다며 다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부득이 쿨쿨존(Z-zone)을 만들게 된 것이다. 쿨쿨존은 즉흥적으로 내가 지어낸 이름이다. 휴식을 취하며 미래의 꿈을 갖는 공간이란 뜻으로 "꿈자리"라고 그럴듯하게 새로운 명칭을 지어보았지만, 아이들은 쿨쿨존이 더 좋단다.

아무튼 이웃 학교에 알아보니 다른 선생님께서도 나와 비슷한 쿨쿨존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단다. 퍽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다만 학생들이 너무 많이 잠을 자게 되면 반대로 자리를 바꿔 공부할 학생만 '꿈자리'에 앉아서 지난 시간에 배운 과정을 복습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 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쿨쿨존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

쿨쿨존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선생님들과의 이해관계다. 나 혼자서 이런 돌발적인 조치를 취했기에 다른 선생님과의 영향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교사만 유독 유별난 행동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비칠 수도 있다. 아울러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 미치는 파장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선생님과 형평성의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느 반의 수업을 마치고 나니까 벌써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책임회피이고 수업포기가 아니냐'라는 말도 들린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학부모의 뜻과 학교 관리자의 눈에 거슬리는 나만의 돌출된 행동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학생들은 나의 이러한 조치에 무척 반겨하는 눈치다. 이를 악용하는 학생도 없지않아 있지만, 수업도 중요만큼‘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어찌보면 과감한 나의 결단이기도 하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언젠가는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내 뜻과 생각이 자리잡으리라.

이제 막 시작한 쿨쿨존,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선생님들의 논란제기도 많이 있으리라. 앞으로 이에 대한 좀 더 지혜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있는 곳에 뜻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좋은 뜻으로, 긍정적인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앞으로 더불어 즐거운 수업, 재미있는 수업이 되로독 힘써 노력해 보련다. '쿨쿨존'이 아닌 '꿈자리'로 자리잡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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