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CF선전에 나오던 이야기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란 말로 유명한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 원정을 떠나며 알프스를 넘을 때의 일이다. 나폴레옹이 한참을 산을 넘다가 갑자기 머리를 긁으며 옆 산봉우리를 바라보더니 "여기가 아닌개벼.."라고 했다. 그래서 그 대군이 다시 한참만에 옆 봉우리로 겨우 올라갔더니 나폴레옹 황제가 다시 말하기를 "아까 거기가 맞는개벼..."라고 했다던 이야기. 그래서 러시아 군대와 싸우기도 전에 힘이 다 빠진 프랑스 군대가 결국 싸움에서 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한겨울에 알프스 산을 넘어 러시아로 쳐들어간 나폴레옹을 조롱하는 농담이겠지만 살다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그런 ‘여기가 아니개벼’ 하는 일이 우리반에서 일어났다. 우리학교는 매주 목요일 6교시에 계발활동 시간이 있다. 계발활동은 특별활동 중의 하나로 아이들이 특기와 적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각부서별로 모여서 그 분야에 조예가 깊은 선생님과 활동하는 시간이다. 계발활동의 운영형태는 학교마다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1시간씩 고정시켜 놓고 하는 학교, 격주 운영하면서 2시간씩 묶어서 하는 학교도 있고, 또 한달에 한번 토요일을 모두 계발활동의 날로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우리 학교는 평균 주1시간씩 들어 있는 계발활동을 토요휴일제 운영으로 시간수를 줄였다. 그래서 매주 계발활동을 실시하지 못하고 들쑥날쑥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시간표 점검도 했고 수업내용도 확인했는데 오랜습관 탓인지 목요일 6교시가 되자 아이들도 나도 모두 계발활동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물을 챙겨 각 부서별로 흩어져 갔다. 잠시 후 가장 가까운 교실로 갔던 아이들이 돌아와 “선생님 오늘 계발활동 안한대요.”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부터 다른 부서 아이들도 차례로 되돌아오며 “선생님 오늘 계발활동 안한대요.”를 반복했다.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계발활동이 없는 주였다. 나는 황급히 아이들을 다시 교실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수업시간이라 방송할 수도 없었고 체육관, 어학실, 운동장, 컴퓨터실 등으로 각기 흩어진 아이들이 교실로 되돌아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이 다 돌아 왔을때는 6교시 수업시간 반이 훨씬 지난 다음이었다.
이게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도자가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무능력할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지 생각하게 했다. 경우에 따라서 지도자의 무능력은 범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지도자로 뽑아 앞에 세울 때 그 인물됨과 지혜로움을 견주어 최상의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요즘은 학교마다 선거철이다. 학교운영위원을 뽑아야하고 아이들은 학급임원과 전교학생회 임원을 뽑는 시기다. 모두 선거를 잘 했는지 궁금하다. 또 올해는 대선을 치루어야 할 해로서 우리 모두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