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자 정기 인사로 축하 전보를 받은 분들의 인사장이 책상위에 수북이 쌓입니다. 내가 보낸 감사의 뜻이 담긴 인사장도 받으신 분들이 바빠서 읽어 주실까하는 의문이 들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3월의 바쁜틈을 내어 그 분의 성의를 생각하여 인사장을 일일이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전, 승진, 연수대상자로 지명된데 대한 축하전문이나 글을 받고 시로 표현하거나, 몇줄의 짧은 글, 또는 긴글을 써서 고맙다는 답장을 보냅니다.
그런데 전에 이웃학교에 근무했던 석태호 선생님이 이번에 늦게나마 교감연수대상자로 지명되어 축하의 글을 보냈는데 고맙다는 인사글이 너무 진솔하고 남다른 감명을 주었습니다. 어느학교에서는 직원들 앞에서 낭독을 해준 학교도 있다고하여 본인의 동의를 얻어 소박한 인사글을 조심스럽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 선생님 고맙습니다.
천성이 게으르고 하는 일이 아둔하며 생각이 짧고 하는 말이 두서가 없는데다가 생김까지 채신머리없이 잔망스러워 참 보잘 것 없는, 실력도 능력도 없이 어슬렁거리며 벽지학교나 찾아다니고 다른 이들이 피땀쏟아 이뤄놓은 연구결과나 등너머로 곁눈질하고 줏대없이 요리 가고 조리 옮기며 점수에 매달리어 ‘교감자격 연수 면접대상자’에 간신히 끼이게 된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내 일처럼 반기시어 과분한 축하의 말씀을 보내주시니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고마워 초라한 한 장 종이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저에게 주신 뜨거운 사랑, 항상 가슴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마음이 시릴때마다 만지작거리며 시림을 녹이겠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주신 큰 관심, 항상 허리띠에 묶어 달고 다니며 한 걸음 한 갈음 디딜때마다 딸랑거리며 가르침의 종소리로 듣겠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주신 깊은 마음,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속 큰소리로 ‘나도 뒷배가 있다.’ 큰 기쁨으로 자랑하며 다니겠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 직위를 쓰지 않고 보냅니다.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7년 3월 어두침침한 눈발 날리는 날
제천의 한 농막에서 석태호 올림 』
글이 너무 좋아 한번 더 읽었습니다. 먹을 수록 그 맛이 우러나오는 투박한 장맛처럼 진솔한 마음이 가슴을 울리는 소박한 글입니다. 석태호 선생님이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고 꾸밈없이 소탈함으로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이라 좋은글 모음집에 끼워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