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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경찰은 국민 곁에 있었다

학교에 경찰의 순찰차가 하루 세 차례나 출동! 다녀간 경찰관만 6명. 학생의 신고 전화에 경찰관이 출동한다는 소식, 남의 학교 일인 줄만 알았더니 바로 우리 학교에서도 일어났다. 수업 시간에 장난놀고 떠드는 여학생을 제지하자 교사에게 욕을 하고…. 교무실에서 그 학생은 체벌을 받은 후 해당 교사를 곧바로 경찰에 신고, 경찰차가 5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오후에는 경찰관이 해당 학생의 부모와 연락, 학교에 다시 와 "학생이 잘못했는데 112 전화까지 해서 죄송하다. 선생님께도 죄송하다"는 학부모의 말을 듣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퇴근 시간 무렵엔 하교하는 남학생이 지구대에 친구의 괴롭힘을 신고하여 경찰관이 학생과 함게 학교를 방문, 자초지종을 듣고 신고사항을 종결하였다. 정말 신속히 움직이는 경찰이다.

지난 주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창피하고 부끄러워 교감이 ○○지구대 방문 계획을 세웠다. 지구대장과 면담하려고 전화로 알아보니 출장중이다. 잠시 후 휴대폰이 울린다. 지구대장이다. "교감 선생님, 지구대에 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순찰 도중에 학교를 방문하겠습니다." 지난 해 배움터지킴이 개소식 때 얼굴이 익은 지구대장이다.

교장실을 찾은 지구대장,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한 후 지난 주 지구대의 바빴던 사건 처리와 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경찰차 학교 진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사과한다. 오히려 교장과 교감이 미안해 한다. 그러면서 상호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학교의 경찰차 진입은 교육 상 좋지 않으니 교문밖에 주차시킨다.[경찰 차량이 자가용일 경우, 교내 진입 가능함]
-교사 모르게 학생이 신고하였을 때는 출동 전 학교에 사전 연락을 취한다.
-학생들 시선을 고려하여 사복 경찰관 출동을 고려한다.
-신고 사건에 대하여 지구대와 학교 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한다.

국민을 위한 경찰, 올바른 경찰의 모습이다. 그러나 학교 사건의 경우에는 신고자와 대상자의 신분, 사건의 경위, 경중, 그리고 교육적 고려가 필요한 듯 싶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 교사의 체벌을 신고, 여론화되었을 때의 파장도 감안해야 한다. 교사의 체벌을 당연시하고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심사숙고하지 않는 미성숙한 학생의 교사 체벌 신고에 의해 본부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지구대. 신고를 받았으면, 지령을 받았으면 당연히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대상이 학교이고 교사이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경찰 신고로 영웅(?)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교육을 더 망가뜨리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포기하게 만드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행히 교육에 대해 이해가 깊고 지역 실정을 잘 알고 학생들 특성까지도 꿰뚫고 있는 지구대장은 학교의 의견을 수용하여 준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대화를 마치면서 학교를 떠나는 지구대장에게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음료수를 건네니 극구 사양한다. "교감 선생님, 다음에 경찰이 잘 했을 땐 받겠습니다." 믿음직한 경찰이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사실 하나에 주목한다. 맨 처음 경찰차가 출동했을 때 경찰차 옆에서 "교감 선생님, 그 여학생 맞을 짓을 했어요." 그렇게 말한 남학생이 귀가하다가 지구대를 방문, 친구를 신고한 것이었다. 무서운 학습 효과가 아닐까? 그 남학생은 잠재적 교육과정을 순식간에 익힌 것이다.

그래서 교감과 교장은 지구대장에게 경찰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학교, 학생, 교사의 입장을 고려하고 교육을 생각하여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 요청을 받아 준 지구대장에게 재삼 감사를 드린다. 요즘 세상에 교육을 한다는 것, 교육자로 살아간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교육경력 31년차 교감 리포터의 숨김없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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