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찾은 학생 수학여행단은 흔들바위, 비선대, 비룡폭포에서 되돌아 온다. 더 이상 오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아예 포기한다.
학생들이 울산바위와 금강굴까지 못 가는 이유는? 새삼스런 엉뚱한 질문이다.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 프로그램이 그렇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프로그램을 짤까? 수학여행 일정이 촉박해 시간이 모자라므로, 인원수가 너무 많아 학생 통제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그곳까지의 등하산이 위험하므로….
필자는 이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고 싶다. 첫째, 학생들의 체격은 좋아졌으나 체력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영양상태가 좋아 체격은 필자 학생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체력을 비롯해 인내력은 약하다. 비선대, 흔들바위 가는 것도 힘겨워 한다. 그러니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없다.
둘째, 도전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다. 평상 시 체력을 키우고 목표를 성취하여야 하는데 어렵고 힘든 것은 회피하려 한다. 조금 힘에 벅차도 노력하여 이겨내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맛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셋째, 학교의 무사고 행정 때문이다. 급경사, 미끄런 바윗길, 수 많은 계단과 좁은 길에서 자칫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안전이 최고다. 구태여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34년전, 필자의 고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 당시는 등산길이 지금만큼 좋지는 않았으나 비탈길도 힘들어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울산바위와 금강굴을 올랐다. 학생들 서로 격려해 가며 힘을 볻돋아 주고 도전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목표 달성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인솔 선생님도 그것을 인정해 주었다. 교사에게 책임이 뒤따랐지만 교육에 자율성도 어느 정도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3불(不)을 비롯해 교육에 관한 정부의 각종 규제가 학교 현장에 영향을 미쳐 학생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교사들을 무소신에 빠지게 하여 수학여행도 통과의례 때우기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면 지나친 혹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