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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김일성이 누구예요?"

웃지 못할 이야기 하나. 초상집에 조문 간 사람이 상주(喪主)와 상사(喪事) 말씀을 나누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 슬픔을 함께 나누고 헤어지면서 감사 인사를 하는 상주에게 "그런데 누가 돌아가셨죠?"라고 물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런 일이 교육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학여행 중 압권(?)이었는데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 심각히 생각할 문제다. 제3일차 오전, 안보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김일성 별장(강원도 고성 소재)을 견학하였다. 교감이지만 학생들과 함께 움직이니 그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린다.

1반 학생들이 제1전시관, 영상실, 제2전시관, 전망대를 5분만에 다 둘러보고 맨 뒤에 올라가는 9반 친구에게 소리친다. "야, 볼 것 하나도 없어!" "재미없다!" 그 말을 교감이 들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견학코스는 실패작인데…. 전시관에 들어서니 안내 직원도 없고 학생들은 그냥 줄지어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고성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려 담당공무원에게 실상을 이야기하며 대안을 제시하였다. 안내원이 최소 30명 단위로 학생들을 안내하여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입장료 이미 받았으니 '나 몰라라' 해서는 아니된다고. 입장료는 고성군과 육군복지단이 반반씩 가져간다고 하는데 부실 운영이 문제다.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내려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감 선생님, 학생들이 '김일성이 누구냐?'고 묻는데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다행이 역사와 시사에 밝은 학생이 답을 하더군요? '김정일 아버지'라고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너희들 김일성이 누군지 모르니?"
"예, 잘 몰라요."

"너희 언제 태어났지?"
"1993년이요."

"그렇다면 김일성이 1994년에 죽었으니까…."
"저희들이 2살 때 죽었네요. 그러니까 모르죠."

아무리 동시대에 살지 않았다고 민족상잔의 비극 6.25 남침의 원흉인 김일성을 모르는 것이다. 교육의 맹점을 발견한 것이다. 안보전시관 맨 처음에 나온 '김일성 그는 누구인가?'를 그냥 지나친 것이다. 아니 곳곳에 있는 안내판은 우리 학생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솔자인 교감과 교사가 반성해야 한다. 수학여행 안내자료에 '김일성 별장'에 대해 빠뜨린 점, 도착하기 전에 차안에서 최소한 목적지에 대한 안내를 게을리 한 점, 취침 점호를 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일정을 예고하지 못한 점 등.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2000년 TV 가을동화 촬영지 안내판, 군사작전지역이라는 붉은색 푯말과 경계 철책선, 화진포의 城(김일성 별장), 이기붕 부통령 별장, 이승만 대통령 별장 표지판. 역사와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마음에 와서 닿는 것이 없다.

이게 교육현장이다. 다시 한번 교육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낀다. 교육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교육의 장(場)과 관광지를 구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과연 학생들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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